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2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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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의미를 두어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고고학자 김병모교수는 여행의 즐거움으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1.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현실로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느끼는 벅찬 감동, 2. 현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의 만남에서 받는 문화충격, 3. 원주민들의 음식을 맛보면서 느끼는 즐거움 등입니다. 아직은 현지의 원주민과의 만남에 무게를 둔 여행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2>는 한국 고대사에 감추어진 의문들과 한민족 구성 과정을 파헤친 30년의 여정을 담고 있는 시리즈의 두 번째 권으로, 남아시아 원주민들의 고인돌과 벼농사 문화와 한반도 남쪽의 한(韓) 문화와의 관계를 고고-인류학적으로 비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부는 인더스문명, 유럽의 거석문화, 이탈리아 여행, 이집트 여행 등, 한반도와의 연관성이 다소 약해보이는 고고학적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적었다는 느낌입니다. 여행하는 물고기, 아마대국과 히미코, 그리고 중국의 고대문화 등 후반부는 한반도 남부에 정착한 사람들의 뿌리를 더듬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신문 등을 통하여 가야국 시조 수로왕의 왕비 허황후가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하여 왔는지를 설명하는 글들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한반도 남쪽에서 발견되는 쌍어문이 분포하는 지역들을 찾는 여정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세운 가설이었던 것입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서기 48년 7월 27일 가락국에 도착한 붉은 돛배에서 내린 여인이 “저는 아유타국 공주입니다. 성은 허, 이름은 황옥, 나이는 16세입니다”라고 소개하였다고 합니다. 아유타국은 인도의 갠지스강 중류에 있는 아요디아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인도에서 김해까지 과연 일엽편주에 의지해서 왔을까 하는 문제와 인도와는 분명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을 터인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였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추적해온 쌍어문의 분포를 보면 미얀마의 살윈강을 거슬러 중국 성도부근의 보주에 이르는데, 이곳이 바로 허황후의 뿌리가 닿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허황옥의 능비에 적힌 ‘가락국 수로왕비, 보주태후 허씨능’이라는 비문과 상통하는 바가 있는 것입니다. 인도, 미얀마 그리고 중국 등 쌍어문이 발견되는 곳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꿰어 연결하면 허황후 일행이 김해로 이주하게 되는 과정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만, 허황후 일행이 김해로 향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수로왕은 왜 그녀를 받아들였는지 하는 부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김병모교수님의 거중을 통하여 중국의 보주와 김해시가 연결되어 왕래가 늘고 있으므로 서로의 자료를 연구하여 연관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바입니다.


쌍어문이 발견되는 장소는 서쪽으로는 페르시아를 거쳐 가나안에 이르고 동쪽으로는 일본의 규슈지역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쌍어문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오간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는 탓에 학문적으로 뒷받침되는 내용이라는 느낌이 다소 덜하다는 느낌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학문적 여정은 방송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일반에도 알려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배경에는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라는 저자의 철학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연구 결과인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연구의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방송매체 등을 통하여 자신의 앎을 널리 알리는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역시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는 것을 꼼꼼하게 정리할 필요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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