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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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쓰는 말 가운데 ‘4차원’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비교적 점잖은 표현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불리는 4차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말입니다. <오베라는 남자>로 우리와 친숙해진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오베도 그랬지만 브릿마리 역시 4차원인 것 같습니다.


저도 누군가처럼 브릿마리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 즉 고용센터에서 일자리를 찾는 장면을 읽으면서 짜증이 치밀었습니다. 상대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비쳐졌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이런 성격인 사람들 때문에 힘든 경험을 한 자락씩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브릿마리는 일종의 원칙주의자였습니다.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켜가면서 살아가는데 미심쩍은 부분은 확인에 확인을 거치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말입니다. 이런 성격 정말 피곤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과 합이 맞는 사람은 또 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막무가내는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브릿마리의 처지를 알게 되면 이해가 갈만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 평생 남편수발하는 것 이외에는 집밖에서의 일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을 떠나야 했던 것입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브릿마리로서는 고용센터를 통해서 호구지책이 될 만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시급했던 것입니다. 고용센터의 아가씨는 브릿마리의 끈질김에 손을 들었는지 소도시에서도 떨어진 보르그라는 쇠락해가는 마을에 있는 레크레이션센터의 임시관리직을 소개해줍니다. 어리버리한 브릿마리처럼 이곳 사람들 역시 만만치 않은 4차원인 것 같습니다. 마을이 쇠락하다보니 번듯한 일자리도 점점 사라지고 마찬가지로 사람들 역시 사라지는데, 남아있는 사람들도 떠날 기회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타지에서 흘러든 브릿마리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진솔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타지인을 따듯하게 맞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따돌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 쓸고 닦고 챙기는 것을 즐기는 브릿마리의 천성이 빛을 발하여 축구를 좋아하는 마을 청년들이 따르게 되고, 이들의 코치를 얼떨결에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축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브릿마리이지만, 젊은이들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브릿마리의 천성인 듯합니다.


속표지 뒷장에는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얽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쇠락해가는 도로변 마을이라고 해도 번듯한 가게라고는 미지의 인물이라는 여자가 경영하는 피자가게겸 우체국, 구멍가게 겸 자동차 정비소 등 만물점이 하나있고, 그리고는 레크레이션센터가 모두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는 축구를 좋아하는 젊은이들과 그 가족 일부 등등. 이렇듯 빈약해보이는 인적 자원으로 눈물 쏙 빠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작가적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심장마비가 왔을 때 내연의 여자집에 있던 남편이 이 동네까지 찾아와 브릿마리에게 재결합을 청하였을 때, 보르그 지역의 경찰관 스벤의 구애를 뿌리치고 남편을 따라가는 브릿마리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럴 것이면 집은 왜 나왔누?


그리고 사이코가 저지른 일과 관련해서 새미가 죽음을 맞는 상황은 상세한 설명이 생략되고 있어 왜그래야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베가와 오마르라는 두 동생을 브릿마리에게 부탁하고 죽을 수도 있는 일을 저지를 수가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도 권총강도를 저지른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설정이 가능한지, 아니 독자들더러 이해해달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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