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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그리고 석유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6월
평점 :
돌이켜 보면 인류가 처음 나무에서 내려온 것 자체부터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는 근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었기 때문에 뭔가 바꾸어보는 짓을 쉽게 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도전이 지금의 인류가 있게 한 동력이었을 것이구요.
그렇다면 세상을 바꾼 무엇은 무수하게 많을 터인데, 굳이 다섯 가지를 골라 보았다고 해서 호기심이 동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섯 가지를 고르는데 있어 무슨 원칙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자는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 등 다섯 가지 상품이 세상을 뒤흔든 대표적인 상품으로 골랐습니다. 소금은 모든 문명의 발상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서, 모피는 시베리아 개발과 북아메리카 서부 개척의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보석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한 근본적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향신료는 근대의 시작을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석유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골랐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피나 보석이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생각에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다섯 가지 상품의 이면에는 공통적으로 유대인들의 철두철미한 장삿속이 깔려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저자가 오랫동안 코트라에서 일하면서 쌓은 경제현장의 느낌과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의 상술에 대한 연구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이 특정한 부분에 쏠리다보면 겪을 수 있는 부작용도 보이는 듯합니다. 즉 시야가 좁아져 다른 요소의 작용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적어지며, 모든 현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등의 부작용말입니다.
첫 번째 주제가 된 소금 역시 모든 문명의 현장에 소금을 얻을 수 있는 곳과 관련을 가지고 있지만, 소금이 문명기원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자가 인용하는 자료 역시 저자의 시각에 부합하는 쪽으로 재해석하는 느낌도 있을 뿐 아니라, 자료의 정확도에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서해도 들어가는 세계 5대 갯벌로 지목된 캐나다의 동부는 북쪽에 있는 허드슨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베네치아가 아드리아해안가 염전에서 대량으로 만든 천일염을 알프스 지역에 공급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고, 이를 주도한 것이 베네치아의 유대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드리아해에서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한 것은 오늘날의 두브로부니크를 중심으로 한 라구사공화국으로 베네치아와 오랫동안 경쟁하던 관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반도 내에서도 피사, 피렌체, 제노바 공화국 등과도 지중해의 해상무역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지 소금이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부가 스페인으로부터 쫓겨난 유대인들이 주도한 염장 청어산업으로부터 기인했다는 것도 의문입니다. 스페인의 기독교 국가들이 레콩키스타에 성공한 이후 무슬림들과 유대인들을 쫓아냈던 것은 사실입니다. 쫓겨 간 유대인들은 네덜란드에 자리를 잡고 양모 등을 소재로 한 직물산업과 금융, 유통 등의 상권을 장악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다섯 가지 상품 가운데 소금과 모피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에 중요한 상품이 되었을 수 있겠습니다만, 다른 상물에 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는 것도 형식면에서 빠져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글의 흐름을 깨트리는 속되거나 거칠어보이는 서술이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