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진가들 - 사진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38명의 거장들
줄리엣 해킹 지음, 이상미 옮김 / 시공아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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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곁들인 글을 쓰다 보니 좋은 사진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무작정 많이 찍어 그런대로 괜찮은 사진을 골라보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갈증을 풀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에게 사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줄리엣 해킹이 쓴 <위대한 사진가들>은 사진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의 삶을 정리한 책입니다. 런던에 있는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사진 분야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 사진 분야의 역사에 조예가 깊은 저자의 장점을 잘 살렸다고 하겠습니다.


‘들어가며’를 마무리하면서 적은 기획의도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의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예술사와 관련해 전기가 가지는 장점과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떠올리게 하기 위함이다. (…) 이제는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을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닌,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두 개의 무대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9쪽)” 즉, 전기와 그 사람의 작품세계의 조화를 이루어보겠다는 취지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자는 기획의도를 잘 살렸다고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진작가의 삶이나, 그 삶에서 도출해낸 사진예술에 대한 사진작가의 철학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 속에 잘 녹여진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사진작가의 삶을 논하기에 앞서, 그 사진작가의 사진을 준비하고, 글 중간에도 몇 점의 대표작을 곁들이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그 사진들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모두 38명이나 되는 사진작가들이 저자의 취재 대상이었던가 봅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야라고 해도 익숙한 이름이라고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정도에 불과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점에 대하여 저자는 180년이라는 사진의 역사에 등장한 무수한 사진작가들 가운데 후세에 인정받은 전기적 자료를 활용하다보니 제한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사진작가들은 분명 비범한 이미지를 창조해낸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가장 위대한 사진작가들이라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삶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공통점이라고 하면, 바로 사진이야말로 자신이 삶을 바칠 운명이라고 여겼다는 점입니다. 폴 스트랜드의 필림 이미지를 본 앤설 애덤스가 “마치 아기 예수를 만난 동방박사와 같은 전율을 느꼈다”라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가하면 마거릿 버크화이드의 삶에서는 아이들의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고 살려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너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던 반면, 어머니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쉬운 길을 택하지 말며, 꾸준히 노력해서 이루어라(522쪽)’라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곤 하는 세태에서 “촬영을 할 때 피사체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33쪽)”는 다이안 아버스의 철학은 참고할만한 경구도 있습니다. 프루스트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띈 대목도 있습니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다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전기 작가 조지 D. 페인터는 “그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대체했다”라고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 루이스 캐럴이 사진분야에서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루이스 캐럴은 옥수퍼드 대학교의 교수였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의 필명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정리해보면 시대를 살아간 위대한 사진작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사진가들>은 자라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아이교육에 대한 생각을, 그리고 성장기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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