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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저에게는 책과 여행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면 의례히 몇 권의 책을 가방에 넣는데, 비행기나 버스 아니면 숙소 등 자투리 시간을 메우는데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전후해서 여행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읽기도 있습니다. 여행전의 책읽기는 여행에 도움이 되고, 여행을 다녀온 뒤의 책읽기는 읽은 내용이 금세 이해되는 듯합니다. 이렇듯 여행과 책읽기가 쌓이다보니 여행과 책읽기를 엮은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작가 박준의 <책여행책>은 독특합니다. 여행과 책을 엮기도 하고, 책읽기를 통하여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즉,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통하여 책 속의 시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책여행’과, 작가의 지난 여행 속에서 책 속의 시공간을 만나기도 하는 ‘여행책’의 경험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작가는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은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고 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하여 여행의 중요함을 말하면서도 또한 ‘461,918km를 날아 19개의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가 없었다. 안락의자와 8.894페이지의 책만 있다면’이라고도 말합니다. 책읽기를 통하여 세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여행과 여행책의 구분은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한 여행에서도 작가의 여행경험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아웃사이더 예찬>을 통하여 미국의 프로빈스타운을 이해하는 ‘세상 모든 괴짜들의 고향’에서 언젠가 구글에서 프로빈스타운이 실제함을 발견하고 소설을 읽으면서 허구의 공간이 아닌가 했던 의심을 접었다고 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그후 3년이 지나 오늘 마침내 프로빈스타운에 도착했다. (…) 카페에 앉아 거리를 지나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으면....’ 작가가 정말 가보았다는 이야기인지, 소설 속 등장인물의 행동을 따라가는지 모호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책여행’에서는 16권의 책에 나오는 여행을 뒤쫓고 있습니다. 그 16개의 여행 가운데 저도 가본 곳은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야간열차>, <여행의 기술>, 그리고 <길 위에서> 등 4개 밖에 없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가의 책여행을 따라가 보려는 생각에 서지사항을 확인해보았지만, 절판되거나 품절이 책들이 대부분인 점도 아쉽습니다. 그리고 보니 읽고 있는 <책여행책>이 나온지도 벌써 6년이 되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하나 더 책여행에서 다루고 있는 책여행지에는 여러 종류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에스프레소 향을 이야기하는 <파리 카페>에는 파리의 카페 셀렉트가 무대가 되는데, <네 멋대로 해라>를 감독한 고다르의 <감독노트>,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장콕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 콕토의 데생 129선집>,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거론되는 이유는 이들이 셀렉트 카페의 단골이었기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향에 대한 이야기는 파리에서 삿포로로 날아가 <일본의 커피사>가 거론되는 등, 책을 통한 상상의 여행은 거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여행책’에 나오는 열 세 곳의 여행지에서도 여러 종류의 책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독일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때문이었다는 후지산을 만나러 간 여행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의 주제와 영화의 주제를 버무려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쿠바의 아바나 여행는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도쿄의 농림수산부 공무원 요시다 타로가 썼다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버무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그리고 쿠바 사람들의 낙천적인 삶을 그리기도 합니다. 사실 아바나의 분위기는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책여행책>에 등장하는 여행 혹은 여행지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읽다가 그 책들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더 쉬워보이는 책일기를 먼저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