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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인이다 - 남아프리카의 전사와 연인, 예언가가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막스 두 프레즈 지음, 장시기 옮김 / 당대 / 2008년 10월
평점 :
조선 시대에 이미 아프리카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근세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아프리카 같습니다. 다행히 세계화 바람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도 가끔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느라 관심을 가지게 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스 두 프레즈가 쓴 <나는 아프리카인이다>는 남아프리카의 역사라기보다는 영웅담을 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인 만큼 팩트는 분명하게 챙겼을 것이므로 전설이나 민담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위대한 족장이나 근세에 이르러서는 부족들을 통일하여 나라를 세운 영웅이나 대통령은 물론 바람둥이, 히틀러에 경도된 파시스트, 예언자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영웅담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는 듯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적 배경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희망봉을 발견한 15세기부터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사건 혹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20가지 골랐습니다. 700여년에 걸친 세월의 역사를 꼼꼼하게 적은 것은 아닙니다. 유럽인들이 진출하던 초기의 분위기는 그들이 아메리카대륙에서 저지른 행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즉 미지의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개하다고 인식하였을 뿐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시아대륙의 경우는 페르시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지역의 경우는 실크로드를 통하여 훌륭한 문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놀랄만한 일들입니다. 예를 들면 사자가 어슬렁거리는 초원에서 살던 부시맨들이 사자를 겁내지 않은 이유에 관한 ‘부시맨과 사자의 계약’을 읽어보면 부시맨들이야말로 자연의 법칙을 잘 알고 조화를 이루며 산 놀라운 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 이외의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창을 별는 것보다는 옥수수를 빻는 것이 더 좋다’라는 말을 남긴 몰로미처럼 많은 부족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사상가도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자연으로부터 깨들은 삶의 지혜를 다른 부족들에게까지 전파하여 공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대륙에 있는 국가들의 국경을 보면 반듯반듯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속표지에 담은 아프리카대륙을 보면 마치 모자이크를 한 것처럼 작은 부족들이 산재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한 유럽열강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독립을 요구하는 식민지들을 인종구성은 따져보지도 않고 지도상에서 구획을 정해서 독립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족들 간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국경이 다시 조정된 곳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하면 아파르트헤이트와 넬슨 만델라대통령이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파르트헤이트의 기저에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백인들이 스스로를 아프리카인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위도 상으로도 유럽대륙과 기후조건들이 비슷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하여 백인들이 많이 몰려갔던 것 같습니다.
19세기 초반까지도 남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식인풍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식인관습이 자리하게 된 배경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기아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체력이 떨어져 사나운 짐승의 먹이가 되는 사태를 직접 눈으로 본 이들은 죽은 사람의 고기에 손을 대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극한상황에서 인육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문명사회에서도 간혹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영웅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강인한 여성들의 삶은 물론 세기의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저널리스트의 특성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그런 까닭에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이나 사람의 이름이 독특해서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한계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