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 게르망트 쪽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번역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는 만큼 새로운 느낌이 들거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 마르셀이 게르망트공작부인에게 연심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처음 읽을 때는 여성에 이끌리는 것이 부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질베르트에서 알베르틴, 심지어는 여행중인 기차에서 만난 이름모를 소녀에게 이끌리는 무엇을 발견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게르망트 공작부인에게 기우는 마르셀의 관심은 주인공을 작가의 길로 이끌기 위하여 사교계에 데뷔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마르셀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실제로 사교계에 데뷔하여 공작부인과 만나게 되면서 관계가 정리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마르셀의 작가적 소양은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권장해온 할머니 덕분에 싹을 틔웠고, 아버지의 권유로 데뷔한 사교계에서의 만남을 통하여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확장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작가란 상상력만으로 작품세계를 열어갈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빌파리지부인이 널 아주 좋아하고 또 부인 살롱에서 네게 유익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 노르푸아 영감이 네 칭찬을 많이 했으니, 빌파리지부인 댁에 가서 한번 만나 보렴. 네가 글을 쓰게 되면 유익한 충고를 해 주실 게다. (…) 내가 너에게 바라는 최선의 길은 아니지만, 넌 금방 성인이 될 테고 우리가 항상 네 곁에 있지는 못할테니, 네가 네 소명을 좇아가는 걸 막지는 말아야지(239쪽)” 세상의 부모 마음은 다 같은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뤼스씨를 통하여 사교계가 가지는 한계에 대하여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만일 자네가 사교계에 나간다면, 자네 처지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며, 자네 지성과 성격도 망가질 걸세. 게다가 특히 친구 관계에도 주의해야 하네.(491쪽)” 사교계는 이미 성인의 세계를 의미하고, 그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해에 따라서 복잡하게 얽히기 마련인데,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마르셀이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관심을 두었던 드레퓌스 사건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보다 집중을 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드레퓌스 사건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화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늘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니, 사그라질만도 한데 꽤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보면 세월의 흐름을 갑자기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르셀이 성장하는 모습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만, 주변인물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마르셀의 사교계 데뷔를 통하여 그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르셀의 삶을 이끌어주시던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는 모습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번역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계속 느끼는 것입니다만, 주석이 많아져서 도움이 되는 면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책읽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도 남습니다. 하지만 분명 당시의 프랑스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 이미 설명했다는 표시를 주석에서 발견하는 경우, 읽고 있는 텍스트가 아니라면 그 텍스트를 찾아 책꽂이를 뒤지기는 쉽지가 않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게으른 책읽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책읽는 흐름이 끊기는 것이 그리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번역을 새롭게 하고 계신 김희영교수님의 번역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게르망트쪽’이 나오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 듯해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