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인식이 높아지다 보니 때로는 배려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지나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라면 솔깃해 할 수도 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싸우는 철학자’라고 불리는 일본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쓴 <니체의 인간학>입니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을 “프리드리히 니체. 그는 젊은 시절부터 내게 혐오의 대상이었다(20쪽)”라고 시작하는 철학자가 니체를 들고나온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미워한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미운정이 들었다는 이야기거나, 아니면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점이 있어서 미워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니체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칸트 전문가라는 저자는 역시 40여년에 걸쳐 니체를 읽어왔고, 최근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철학 학원 칸트’의 학생들과 함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기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특히 저자는 “니체의 착한 사람 공격이나 동정심 비난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약함, 비열함, 선량함을 향한 것이 아닐까 싱각하게 되었다(21쪽)”라고 하였습니다.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단호한 비판 분위기를 역시 <니체의 인간학>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역시 저자는 니체와 같은 성향임에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니체의 ‘착한 사람 비판’을 들고 나온 데는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성향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니체의 도덕비판을 바탕으로 ‘착한 사람의 폭력성’을 여섯 개의 명제로 구분하였습니다. 1. 착한 사람은 약자다, 2. 착한 사람은 안전을 추구한다, 3. 착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4. 학한 사람은 무리를 짓는다, 5. 착한 사람은 동정한다, 6. 착한 사람은 원한을 품는다. 당연히 그와 같은 명제는 니체로부터 얻은 것이므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첫 번째 명제는 ‘강자와 약자’, 착함과 악함‘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통하여 도출해낸 것으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입니다. 강하면서도 착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약하면서도 악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저자가 현대 일본사회에서 발견한 약자들을 세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약자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배려의 대상인 ‘공인된 약자’로, 장애인, 범죄자, 성적 소수자, 외국인, 피차별 부락 출신자 들이 여기 속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두 번째 약자는 ‘반동적 약자’로, 이들은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착함으로 정당화하는 무리로 저자가 증오하는 부류라고 했습니다. 니체가 ‘무력감의 간계’라고 비판한 행태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약자로 저자가 현대 일본사회에서 발견한 히키코모리 및 사토리 세대와 같은 ‘신형 약자’를 들었습니다. (참고로 ‘히키코모리’는 사회생활을 극도로 멀리하고,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며, ‘깨달음’, ‘득도’라는 의미의 사토리(さとり)에서 따온 사토리 세대는 미래가 절망적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특징을 가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태어난 일본 젊은이들을 이릅니다) 약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지만 자책은커녕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온몸으로 정당화하는 반동적 약자와는 달리 신형 약자는 반동의 힘마저 없는 철저하게 무기력한 약자라고 저자는 정리합니다.


1장에서 6장에 이르기까지 착한 사람에 관한 여섯 가지 명제를 설명하고 마지막 7장에서는 니체라는 착한 남자를 해부합니다. <비극의 탄생/즐거운 지식; http://blog.joins.com/yang412/13023753> 등 니체의 저서를 읽었고, 고명석 기자의 <니체극장; http://blog.joins.com/yang412/12970004>, 김선희교수의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 http://blog.joins.com/yang412/12474996>등 니체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지적한 바를 느끼지 못하였으니 책읽기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감히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고 적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