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
니콜라 파르그 지음, 이혜원 옮김 / 뮤진트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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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곧 가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미지의 땅입니다. 북아메리카에서 시작해서, 유럽을 거쳐 남아메리카에 발자국을 찍었으니 이제 아프리카 순서가 되었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아프리카에 대한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볍게 시작해 보려했던 것과는 달리 쉽지 않은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우선 마다가스카르가 어디인지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년에 회사에서 의료봉사를 떠난 곳이 마다가스카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종착지>는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마다가스카르로 모여든 프랑스 사람들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겪는 혼동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혼동의 원인은 어쩌면 프랑스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 사이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앞서 책읽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등장인물이 도대체 몇 사람인지 구분이 쉽지 않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별개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든 무대는 마다가스카르의 남단에 있는 디에고 수아레스입니다. 공항도 조그맣지만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고 해야 할 디에고는 빈민굴에 가까울 지경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왜 디에고에 모여드는지도 모호한데, 이들과 디에고에 사는 프랑스 사람들 혹은 마다가스카르 원주민들 사이의 시각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원주민들은 프랑스 사람을 만나 한 몫을 챙기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챙긴 것으로 마다가스카르를 떠나 프랑스로 가려는 꿈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사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각각 가지고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마다가스카르에 주저앉은 프랑스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프랑스의 일상에 신물이 났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도착한 사람들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모기가 왱왱거리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고 겁을 주니 죽을 맛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방적인 성문화에 휩쓸리다보면 서로의 관계가 모호해질 수도 있는데, 저자 역시 이곳에서 4년을 체류하는 동안 아내와 이혼해야 했던 것이 작품 어디엔가 녹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필립과 동료 에르페 사이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모두 광기에 휩싸여서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거지. 디에고야말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데야. 아주 썩을 놈의 동네지. 전체 분위기가 그래.(138쪽)”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역 간의 갈등도 있다고 하는데, 고원지역과 해안지역 사람들 사이에 차별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원지역은 동양계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는데, 주로 관청이나 은행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러인데 반하여, 해안지역은 아프리카계의 얼굴을 한 흑인들로 고원지역 사람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되지 않는 부분은 저자와 옮긴이의 설명이 차이가 있는 것도 한 몫을 합니다. 저자는 분명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 지 겨우 4일 째 되던 날 이 책을 쓰기 시작해서 1년 만에 끝마쳤다고 서문에 적었습니다. 그런데 옮긴이는 <종착지>는 작가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3인칭의 시점을 통해 써내려간 일종의 체류보고서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디에고에 있는 알리앙스 프랑세즈 원장으로 4년간 체류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설명이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저자는 이 책에서 인종과 문화 간의 갈등, 그리고 남녀 간의 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시발점은 오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오해라는 것을 풀어내는 모종의 기전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종착지’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삶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흘러드는 그런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공연한 것일까요? 저자는 왜 마다가스카르를 종착지라고 생각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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