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하루 - 김창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
김창완 지음 / 박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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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드라마에서 주로 만나고 있습니다만, 데뷔 무렵 김창완님이 활동하던 산울림의 노래들은 놀랍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노랫말도 그렇고, 멜로디 역시 그 무렵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년 전에는 <사일런트 머신, 길자>라는 제목의 소설까지 발표하여 작가의 영역까지 활동을 넓혀 다재함을 떨치고 있습니다.

<안녕, 나의 모든 하루>는 그런 그의 속마음을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김창완 작가는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할 때 자신의 속마음과 주변의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소중한 삶의 가치들에 대하여 적어왔는데, 그리하기가 16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특히 그렇게 적은 에세이를 주위 사람들에게도 보낸다고 하는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모은 글 가운데 엄선한(?) 것들을 <안녕, 나의 모든 하루>에 담았습니다.

오랜 세월 쌓여온 글들 가운데서 고른 만큼, 일단 계절적 요소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가을을 이야기하고서는 바로 꽃샘추위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 사이의 글들을 건너뛰었거나, 아니면 성격이 비슷한 글들끼리 묶다보니 계절적 요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 181개의 글이 ‘쓰러지는 방향으로 가야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처럼’, ‘꽃들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폭로하기 전에’, ‘나의 빛깔에서 너의 냄새가 난다’, ‘내가 구름이거나 바람이었을 때’, ‘가끔은 큰 소리로 울었으면 좋겠다’ 등 다섯 개의 제목 아래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목부터 깊이가 느껴지는 것처럼 글내용 역시 깊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노랫말처럼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촌철살인의 무엇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앞을 가로질러가는 고양이의 우아한 자태로부터 사람들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이끌어내고, 오늘 하루가 멋진 날이 될 거라고 믿는 경우입니다. 묘하게도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느낌은 그리 우호적이지 못해서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고양기가 앞을 가로질러 갔다면 재수없는 하루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작가님은 오늘 하루가 멋질 것이라고 초긍정적인 생각을 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첫 번째 글 역시 고양이를 화제로 하고 있어, 김작가님의 고양이 특히 길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 이야기처럼 김작가님의 글은 간단하면서도 마치 대화하듯 읽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딱 한편만 빼고서 말입니다. 글쎄 민들레 홀씨를 붙들어다가 무거운 삶의 짐을 내려놓자고 시작한 글에서 갑자기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사는 건 구름 한 조각 생기는 것이고, 죽는 것은 구름 한 조각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요(56쪽)”이라고 드리대듯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산문집이라고 해서 산문만 담은 것은 아니고, 여러 편의 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기억 모자이크’라는 시를 옮겨두겠습니다. “이제 그 사람의 얼굴은 /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 게 맞아. / 부분부분 떠오르는 모습이 없는 건 아니지만 / 그것 모자이크 같은 거야. / 피카소 그림처럼 눈이 뒤통수에 붙어 있고 / 코가 귀 밑에 매달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 시간은 기억을 자르는 칼이지. /어떤 기억, 어떤 모습이라도 잘려져 있다면 / 그건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야 // 내 기억이 맞는다면 / 이 봄날의 풍경도 가위질 당한 사진 같아야 돼 / 벌써 기간이 많이 흘렀으니까.(203쪽)”

책은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의 행운을 가늠하기 위하여 눈을 감고 책장을 펼쳐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에필로그에 해당될 것 같은 ‘노란 리본이 있습니다’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운이 나빴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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