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큰 아이 덕에 다시 만나는 기욤 뮈소의 작품입니다.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던 뮈소의 작품 <센트럴 파크; http://blog.joins.com/yang412/13681844>도 큰 아이 덕에 읽었습니다. 저도 그 나이쯤에는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를 꾸준하게 읽는다는 것은 좋은 일 같습니다.


<구해줘>는 <센트럴 파크>와 마찬가지로 무대가 뉴욕입니다. <센트럴 파크>에서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고 하면 <구해줘>는 죽음이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예시하고 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명처럼 죽음을 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죽을 운명이었던 사람이 그 운명을 피할 수도 있는 것일까요? 그 또한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그 판단을 독자에게 맡겨둔 것 같습니다. 사실 죽은 사람이 죽음의 사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점은 있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하여 생각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도시이지만, 그 꿈을 무참하게 부수는 냉혹한 도시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통해서 잘나가는 여배우가 되어 보겠다는 꿈을 안고 파리에서 온 줄리에트 보몽에게 뉴욕은 결코 곁을 내주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더 이상 노력할 힘이 소진된 줄리에트가 뉴욕생활을 접기로 한 마지막 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갑자기 자살한 뒤로 생긴 허탈감을 일에 빠지는 것으로 메우고 있던 젊은 의사 샘 갤러웨이와 줄리에트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원나이트 스탠드가 아닌 운명이었던 모양입니다. 서로 상대에게 숨긴 진실이 꼬투리가 되어 운명을 바꾸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파리행 비행기를 탔던 줄리에트는 샘에게 진실을 고백하기 위하여 비행기를 내리고, 그 비행기는 파리로 가던 중에 폭발하는 사고로 탑승객이 모두 사망하게 됩니다. 줄리에트는 폭발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체포되고, 샘은 여형사 그레이스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 듣고 공항으로 쫓아갑니다. 그런데 그레이스는 10년 전에 총격을 받고 사망한 존재, 즉 죽음의 사자라는 것입니다. 비행기사고로 죽었어야 할 줄리에트를 다시 죽음의 세계로 데리러 온 것입니다. 그레이스가 죽음의 사자로 온 것이 이야기를 복잡하게 얽히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죽음에 샘이 관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샘과 줄리에트처럼 사랑에 적극적인 관계와 대조되는 사이가 그레이스와 루텔리형사입니다. 파트너로 일하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는 관계 말입니다. 두 쌍의 사랑을 읽다보면 사랑 앞에 망설임이란 긴 후회를 낳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샘과 죽은 아내 페데리가 그리고 신부가 된 셰이크의 성장과정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들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절망 속에서 스러져간다는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그러니까 진흙탕에서도 연꽃이 피어나듯 브루클린에서도 꿈을 지키고 키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레이스가 줄리에트를 데려가기로 했던 이스트리버에서 맨하탄 상공을 지나 루즈벨트섬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 사고는 일어났고, 그 안에는 두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레이스는 과연 줄리에트를 데리고 케이블카에 탔을까요? 아니면 운명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힘겹게 싸워온 샘이 사랑하는 줄리에트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하여 그 케이블카에 탈 수 있었을까요?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레이스의 말에 담겨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난 당신에게 인간의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까지 미리 정해져 있다고 말한 적도 없고, 삶이 단지 미리 쓰여 있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도 없어요(381쪽)” 결국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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