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참 묘하게 정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원제목 <부끼네(bouquiner)>는 동사인데, 동사를 제목으로 정한 것도 일상적이지 않은데 ‘교미하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산토끼(lievre)와 책(livre)의 발음이 비슷한데서 착안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단, 심부름 목록, 편지, 잡지 등 온갖 것들을 다 읽을 수 있지만, ‘부끼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책(bouquin) 뿐”이라고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에 대한 소소한 고찰’이라는 카피가 정말 실감이 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과 바람이 난 저자는 30여년을 오로지 편집 일만 해온 베테랑 편집자라고 합니다. 정말 책에 대한 애정이 없었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편집을 맡고 있으니 당연히 출판 예정인 원고는 수도 없이 읽었을 터이나 원고 말고도 그녀가 읽어온 책도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녀가 읽는 책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는데 역시 고수답게 똑 떨어진 답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오직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딱 한 곳에 나옵니다. 그것도 괄호에 넣어서 말입니다. “(그래 지긋지긋해. 너의 그 과장과 허풍이. 야단법석을 떨지 않고도 일주일에 스무 권씩 읽는-게다가 하나하나 또렷이 기억하는-아주 정상적인 사람들도 있어. 조금 많이 읽는 것 가지고 웬 유세?(239쪽)” 일주일에 스무 권씩 읽는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해도 일년이면 1,400권입니다. 여기서 그녀가 조금 많이 읽는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겸손한 표현이라고 본다면 도대체 일년에 얼마나 읽는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년에 겨우 300권을 읽어내고서 힘에 부친다고 헉헉댄 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책과 관련된 모든 일을 이야깃거리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제들이 격하게 공감되는 것들인데, 앞서 독서양에서 이미 질려버린 것처럼 두 손을 든 책읽기는 ‘벌목하듯 책을 읽는다’라는 표현입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책읽기는 전집류 읽어치우기, 혹은 한 작가의 책을 폭식하듯 읽어내기 등이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에 읽어냈던 전집들도 있고, 우연한 인연으로 오르한 파묵, 밀란 쿤데라의 전작 읽기를 마친 적도 있기는 합니다만, 아주 드문 경우였는데, 저자의 경우는 폭식하듯 책읽기가 일상처럼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저자와 책읽는 버릇과 비슷한 점은 웬만하면 책장을 접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젊었을 적에는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여백에 적었던 적이 있지만, 요즘은 리뷰를 쓰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책장 끝에 무언가를 적기도 하는 저자와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주변사람들에게 책을 많이 선물하고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자제하는 편입니다. 읽고 난 책 가운데 누군가와 공유하면 좋을 책들은 사무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기는 합니다.


빌어간 책을 돌려주지 않는 분을 몇 분 겪고나서는 웬만하면 책을 빌려주지 않는 편입니다. 책이란 것이 조금 지나면 절판이 되어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작 필요할 때 볼 수 없다면 아쉽기 때문입니다. 글을 많이 쓰고 있는 요즈음 더욱 절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면서 많은 저자와 그들의 작품을 인용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계 작가, 작품들이 많은데, 제가 읽은 책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처음 들어본 작가도 많아 저의 책읽기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이야기에는 후기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후기도 책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처럼 속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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