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힘
사이토 다카시, 박성민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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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어깨너머로 배운 탓인지 동양의 고전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왔던 것 같습니다. 평생에 한번은 <논어>를 읽어보아야 한다는데, 최근 들어 책읽기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논어>를 주해서를 읽을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논어>는 주해서는 물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메이지대학 문학부의 사이토 다카시교수의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논어>를 비롯한 동양고전을 요즘의 책을 읽듯 한번 쓰윽 읽어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몇 번이고 거듭 읽어야 느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그런 과정을 밟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논어>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가 될 수 있도록 책읽는 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를 골라 쉽게 풀이를 했다고 합니다.


모두 다섯 장으로 구분한 책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1 몸 밖으로 흘러넘치는 지혜, 2. 거침없는 행위, 경계 없는 사고, 3. 피하지 말고 뛰어들어 즐겨라, 4. 쓸모 있는 인격, 5. 인간의 축을 바로 세워라, 등인데, 이런 제목을 보면 저자가 <논어>에서 어떠한 것을 느낄 수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논어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례 등을 비롯하여 당시의 사회상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논어>의 주해서를 읽어보면 그런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공자님 말씀을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전 중국어는 떼어 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공자님 말씀을 해석하는데 있어 주해자의 주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덕은 외롭지 아니하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고 푸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의 의미를 저자는 “여러 덕은 따로따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 각각은 틀림없이 서로 이웃하고 있으며, 하나를 익히면 그 옆에 또 하나의 덕이 따라올 것이다.”라고 이해한다고 풀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익히면 또 하나의 덕이 따라올 것이라고 복잡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덕을 지키는 것에 힘겨워하지 말라’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공자께서 동이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고 하는 것은 전국시대 말에 활약한 공빈이 <동이열전>에서 ‘동이는 예의바른 군자의 나라라고 일컬을만하다[동방예의지 군자국야(東方禮義之 君子國也). 그래서 우리 선대 어른 공자께서도 동이에서 살고자 하셨으며 누추하다고 여기지 않으셨다[오선부자 욕거동이 이불이위(吾先夫子 慾居東夷 而不以爲陋)]’라고 한 대목을 인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논어> 「자한편」을 ‘군자가 그곳에 살면 무엇이 비천할 게 있겠느냐?’라고 대답했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조선이 동이의 후손임을 의식한 해석은 아닐까요? 공자께서 동방의 이민족이 사는 땅으로 가서 살겠노라라고 말한 것에 대하여 ‘그런 수준이 낮은 비천한 땅에 가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라고 물은 것에 대한 답변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저자는 공자님을 이해하는데 있어 <논어>에 국한하지 않고 비슷한 시기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담은 <대화편>을 썼음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보니 <논어>와 <대화편>은 그 성격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책의 내용은 공자나 소크라테스가 한 말을 제자들이 정리하여 책으로 꾸민 것이 공통점입니다. 이 둘을 비교하면서 저자는 <논어>가 짧은 반면 플라톤의 저작이 방대한 이유가 사물을 탐구하는 의식 자체의 차이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저의 생각으로는 어떤 사안을 표음문자인 서양언어로 설명하려면 길어질 수밖에 없지만, 표의문자인 한자는 간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원제목을 <논어력(論語力)>으로 한 것은 <논어>가 주는 생동하는 힘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 책으로 <논어>의 진경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만 논어를 이해하는 길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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