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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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여행을 준비하고 있기에 눈에 띄었는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동네 입구에 있는 고풍스러운 작은 서점이라도 눈에 띌까싶어서 골랐습니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뮌헨에서 태어나 빈에서 성장한 작가는 빈대학에서 심리학과 역사를 공부하고서, 아마도 서점에서 일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역시 서점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에 갔다가 소개받은 남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남편의 본거지가 함부르크인 까닭에 함부르크로 이사를 했던 것인데, 여름휴가 때 찾은 빈의 한 동네에서 서점 하나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공고를 붙인 것을 보고서는 응찰했던 것이 덜컥 낙찰을 받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다시 빈으로 돌아와 동네서점의 주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요즘에는 인터넷서점을 통하여 대부분의 책을 구하고 있고 매주 동네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어서 읽고 있습니다만, 오랜 옛날에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동네서점을 드나들었습니다. 퇴근길에 들르거나, 혹은 저녁을 먹고 산책삼아 서점에 가서는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책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선채로 신간소설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인터넷서점에 밀려 동네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발길이 멀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내와 인연이 된 것도 서점때문이었는데,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서 들렀던 서점에서 구입했던 책이 알고 보니 제목이 달라서 몰랐지만 이미 읽은 책이었던 것입니다. 아내가 책을 바꾸어주겠다고 제안하는 바람에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만남이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동네서점을 경영하는 중요한 요점이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독서에 대한 인식이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가 다르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떻든 시도해봄직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오스트리아 역시 아마존이라는 괴물에 밀려 동네서점들이 차례로 문을 닫아가고 있는 사정은 비숫한가 봅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운영체계에 숨겨진 문제점들이 언론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는 시점에 맞물려 새로운 운영방식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하여 수년 만에 2호점을 내는 기염을 토하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책을 섭렵하면서 쌓인 독서내공을 바탕으로 추리소설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을 위한 소식지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주문도 받는 등 동네서점에서 대형서점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동네서점으로서의 주민친화적인 관계가 흐려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서점이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서점에서 일하려면 도제과정을 통하여 수련을 받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서점에서 일한다는 것이 그저 손님이 골라서 내미는 책을 돈받고 파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손님의 독서 성향을 파악하여 신간이 나왔을 때 적시에 소개하거나, 고객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년간 출간되는 책이 4만 종류가 넘는다고 합니다. 한해 200~300권 정도 읽는 제 경우도 1%도 읽지 못하는 셈입니다. 종류가 하도 많다보니 잘 팔리는 책이거나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책에 대한 정보만이 제한적으로 알려지는 것도 문제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서점이 출판정보를 파악해서 단골들에게 제공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를 흔히 만나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출판사가 주도하는 행사인데, 유럽에서는 서점과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경우도 많은가 봅니다. 특히 동네서점에서도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데 작가와 단골들의 성향을 잘 아는 서점 주인이 연결하기 때문에 저자와 책읽는 사람들 사이에 깊은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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