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없는 나라 - 인디언 언어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에반 티 프리처드 지음, 강자모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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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의 중북부 미네소타에서 공부하던 시절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북미대륙의 원주민의 삶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서부영화에서처럼 백인들의 시각에서 들여다본 것이 아닌 오롯하게 그들의 시각으로 설명하는 그들의 삶을 말입니다. <시계가 없는 나라>는 알곤킨문화센터(The Center for Algonquin Culture)의 설립하고, 미국 마리스트 대학에서 북미원주민의 역사를 가르치는 에반 T 프리처드교수가 쓴 알곤킨어를 쓰는 워버너키부족의 지파인 미크맥족의 문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알곤킨어족은 모두 84개나 되는 상이한 언어를 포괄한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귀에 익은 모히건어를 비록하여 매사추세츠어 등도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하여 캐나다 연해주 내륙 깊은 곳의 미크맥부족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마법사로 통하는 미크맥 원주민을 만나 그들의 삶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탐구활동을 정리한 것인데, 그들의 삶만을 기록했다기보다는 일종의 비교문화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의 장자를 비롯하여 인도의 베다 등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인용하여 비교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억측에 가까운 해설이라고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베다 이전 인도의 북서부 지역에 거주하던 드라비다인이 유입된 아리아인에게 밀려 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했을지도 모른다는 식입니다. 드라비다인들과 미크맥 원주민들의 철학이 유사한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메리카대륙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기원으로 베링해유입설이 오래도록 가장 유력한 가설로 인정되어왔지만, 북대서양 이주설, 남대서양 이주설이 있고, 최근에는 폴리네시아를 경유한 태평양이주설이 제기되었다고 합니다. 고고학분야에서 2007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지역에 살던 퉁구스인이나 이누이트 등 몽골로이드 계열의 민족이 최소 12,000년 전에 베링 해협을 거쳐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드라비다족은 이란고원에서 출발한 타타르족의 일부가 흘러들어 인더스문명을 꽃피운 인도의 원주민으로 기원전 2,000년~1,500년 사이에 아리안족의 침입으로 인도 남부로 밀려나면서 남동아시아의 섬까지 흩어졌고, 일부는 한반도 가야로 유입되기도 했다고 보는 것인데, 이들이 다시 베링해를 건너 북미대륙까지 흘러들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장자를 동아시아 사상의 유일한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장자는 제자백가의 한 사람이었을 뿐 백가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시절에는 무수한 사상들이 분출하던 시기였는데 장자의 말씀을 지고의 선처럼 인용하고 있기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미크맥 원주민의 삶과 유사한 생각과 비교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경계해야 하는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과 한 세기 이전에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에서 일곱 세대가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한 사람이 통상적으로 일생동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세대는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와 형제자매, 아들과 딸, 손자와 증손자 등 7대에 걸친다는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고조에 이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같은 가옥, 혹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입니다. 증조할아버지의 행동이 나를 통해서 증손자에까지 전해진다는 것인데, 결국 가문의 정신 같은 것으로 이어져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워버너키 원주민들이 음식을 먹을 때 접시에서 일정량의 음식을 덜어내 땅에 제물로 돌려준다는 것도 우리나라의 고수레 풍습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종족들을 비교해보면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일수록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철학적 바탕은 지켜나가야 할 것이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미크맥 원주민의 문화가 삶의 본류가 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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