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지음, 최신엽 그림 / 한빛비즈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런 이야기를 하면 페미니스트의 비난이 두렵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만, 오늘 날 우리는 남녀평등을 넘어서 여성 우위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를 읽다보니 제 생각이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는 TV 프로그램 <비밀독서단>에 출연하는 신기주기자가 40줄에 들어서면서 느낀 푸념(이런 단어를 써도 되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을 담았다고 보았습니다. 아빠와 남자 사이에서, 본능과 제도 사이에서,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흔들리고 불안한 40대 남자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이라고 요약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남자 나이 ‘40’은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했습니다. <논어(論語)> 「위정(爲政」에 나오는 ‘子曰, 吾十有吾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라는 공자님 말씀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공자께서는 “내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어 서른에 입신했으며, 마흔이 되니 세상일에 미혹되지 아니하고 쉰에 하늘의 명을 알았다. 예순에 귀가 순해지고 일흔이 되니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좇았으되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남자 나이 40이 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아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아니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나이 40이 되어서도 여전히 주관을 세우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은 제도가 잘못되었던지 아니면 남자들 스스로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면 원인을 찾아 바로 잡는 것보다는 남자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니 이를 바로 잡아보자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치료법이 온고지신(溫故知新)에서 구한 것들로 보입니다. 즉 ‘옛날로 돌아가자!’는 느낌입니다. 저자의 생각에 대하여 페미니스트들은 상당히 마초적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자가 남성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저자는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가 어른으로서, 남편으로서, 연인으로서, 아빠로서, 선배로서, 상사로서, 후배로서, 아들로서 그 무엇으로든 자신만의 스토리를 쓰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으로서의 ‘마흔 앓이’를 통해서 얻은 나름대로의 생각을 40줄에 들어설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4부로 나눈 책에서 저자는 1부에서 마흔 앓이의 원인을 진단하고, 2부네서는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볼 것을 권유합니다. ‘본능에도 이유가 있다’라는 3부의 성격은 다소 모호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떻든 4부에서는 머지않아 만나게 될 죽음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남성지에서 일해 오면서 경험한 영화, 예술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40대 남성을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때로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제가 40대를 보내던 시절과는 환경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두 번도 더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저자는 ‘40대 남자는 실수투성이다. 완벽한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 하물며 질풍노도의 20대와 30대를 거쳐 온 40대 남자는 겉모습은 현명해 보여도 결국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물론 공자께서도 40이 ‘불혹’의 나이라 하셨지만 완전한 존재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았다고 했는데, 저자는 그것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어느 한편의 주장에 쏠리지 않은 중립적인 위치를 지켰던 점을 보면 저자는 흔들리지 않는 불혹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저자가 40줄에 들어설 대한민국의 젊은 남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볼 이유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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