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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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하여 잘은 모릅니다만, 그래도 어딜 가면 그 곳의 유명한 미술관을 찾아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구경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들었기에 나름대로는 그림에 관한 책들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읽고는 있지만, 읽고 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것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재미있게 읽었던 <무서운 그림1;  http://blog.joins.com/yang412/13579670>의 저자 나카노 교코의 작품이라고 해서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흔히 그림에 관한 책들은 대개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나 작품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내용을 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보티첼리부터 고흐까지 유럽 미술의 황금기(15~19세기)를 이끈 15인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하여 두 가지 관점을 주축으로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화가가 갈고 닦은 기술을 바탕으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에 대한 생각이 작품에 녹아들기 마련일 것 같습니다. 따라서 화가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탄생시키기까지의 노력과 삶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관점이었고, 두 번째 관점은 화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두 번째 관점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 대하여 저자는 ‘화가가 무엇을 그려왔는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그렸는지’라고 요약되는 것이 결국은 ‘화가가 왜 그것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르네상스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활동한 대표적 화가들을 각각 시대적 배경에 맞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즉 교회가 유럽사회을 주도하던 시기에는 성서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왕권이 교회보다 강해지면서 왕가와 귀족들이 자신의 성을 장식하기 위하여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과 초상화가 주류를 이루었고, 근세에 이르러 부르주아계급이 등장하면서 현세적이며 일상적인 회화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던 것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래서 신(그리스-로마 신화, 기독교)에 몰두한 화가, 왕과 고용관계를 맺은 화가, 시민계급에 다가선 화가 그룹을 나타내는 ‘화가와 신’. '화가와 왕‘, 화가와 민중’으로 나누었습니다.

라파엘로가 미완으로 남긴 <그리스도의 변용>이나 티치아노의 마지막 작품 <피에타>의 경우처럼 절정기와 비교해 보아도 마지막까지 혁신적인 시도를 꾀한 화가가 있는가 하면, <아펠레스의 중상모략>을 마지막으로 남긴 보티첼리처럼 젊은 날의 모방에 불과할 뿐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을 마지막으로 남긴 경우도 있습니다.

스페인의 톨레도에 갔을 때 산토 토메 교회에 걸려 있던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감상하면서 가슴이 뭉클하던 경험이나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걸려 있던 <제 아이를 잡아 먹는 사투르누스> 등의 작품에 전율했던 경험도 있습니다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야의 마지막 작품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처음 대하는 작품인데, ‘텁수룩한 머리카락과 긴 수염이 모두 하얗게 센 노인이 등을 구부린 채 양손에 지팡이 두 개를 짚고 간신히 서 있다. 배경은 어둡고 깜깜하지만 두 눈은 아직도 번뜩이고 있다’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고야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는 제목을 붙여 자신의 의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시작으로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화를 그려낸 화가들의 삶과 그 삶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읽고 그림을 다시 감상하면서 새로운 느낌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원제는 잘 모르겠으나, 책의 내용으로 보아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이라는 제목은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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