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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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를 버킷리스트의 맨 위에 올려놓은 지가 꽤 되었습니다. 그 동안 여기 관련된 책을 수도 없이 읽으면서 꿈을 키워왔던 것인데, 한달반 정도의 시간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여전히 꿈에 머물고 있습니다. 언젠가 관련 도서에 리뷰를 쓰면서 ‘반드시 가볼 것’이라고 마무리를 했더니 상사께서 ‘안된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던 기억도 있습니다.


‘카미노 대 산티아고’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다녀온 분들이 써낸 책들도 넘쳐나고 있는데, 이젠 외국서적까지 번역하여 소개하기에 이른 것을 보면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가 여행의 대세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는 일본의 여행작가 오노 미유키의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에 관한 기록입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성년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만, 이 책의 작가 역시 그런 젊은이인가 봅니다. 학생 때 벌써 세계 일주를 떠나 22개국을 돌았다고 하니 말입니다.


작가는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고 합니다. 금년에 31살인데 8년 전에 300km를 다음해 나머지 500km를 걸었고, 2년 전에는 전 코스를 따라 갔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길을 처음 걸은 것이 23살 때였는데, 졸업하고서 취직을 못해 전전긍긍하다 들어간 직장에서 3년쯤 되었을 때 갑자기 생긴 공황장애가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를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로 이끈 사람은 배제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연구하시는 김양주교수님이었다고 합니다. 21살 때 이스라엘에서 만난 김교수로부터 ‘카미노 대 산티아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고, 그곳은 무엇을 얻는 곳이 아니라 버리는 곳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고 합니다.


전체 여정을 다시 걷게 된 것은 처음에 나누어 걸었던 것이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출판사의 기획에 따라 갔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적은 내용과 현실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읽은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에 관한 가장 최근의 동향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책읽기의 수확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결론을 말씀드리면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를 버킷리스트의 맨 위에서 한참은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은 이미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한 여행지라기보다는 누군가와 만나서 사교하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 역시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에서 만난 외국인들에 대하여 이름 나이, 하고 있는 일,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에 나선 이유 등을 미주알고주알 적고 있고, 자신이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에 나선 이유를 화두로 삼아 어떤 고민을 했는지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혼자서 생각에 잠길 시간도 없이 바로 카페를 찾아온 순례자들에게 이끌려 함께 수다를 떨었다.(114쪽)”라고 적은 부분이 순례길 전체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해서 다시 바닷가에 있는 피스테라(저자는 이곳이 땅끝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유럽대륙의 끝은 까보다 호카라고 알고 있습니다)까지는 버스로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그곳까지 동행한 마르코스로부터 ‘인생이란 무얼까?’라는 질문을 받고서 ‘글을 쓰며 사는 것’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저자는 이미 3년 전에 작가의 길에 들어서 있었다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는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에 뜻을 둔 사람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제1부에는 저자가 800km를 주파하는 동안의 기록을, 제2부에서는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의 기초지식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카미노 대 산티아고 걷기’를 다녀온 몇 사람의 짧은 칼럼을 곁들인 것도 특색이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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