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집 -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지음, 이세진 옮김, 에리카 레너드 사진 / 윌북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몇 권의 책을 내는 동안 글쓰는 장소에 대하여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창작이 아니라서 피를 말리는 듯한 절박한 느낌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하시는 분들은 장소에 민감한 듯합니다.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직접 구경해본 기억은 별로 없었습니다만, 올 초에 쿠바를 찾았을 때, 아바나 시내의 호텔 암보스 문도스나 아바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헤밍웨이의 집, 핑카 비히아에서 그가 남긴 창작의 공간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을 뿐입니다. 멀리 아바나를 볼 수 있는 망루가 있는 저택을 빙 돌아가면서 구경을 하다보면 방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모습이 여유가 있어 보였던 것 같습니다.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가 글을 쓰고 에리카 레너드의 사진으로 장식한 <작가의 집>은 유명 작가들의 명작을 탄생시킨 공간, 즉 작가의 집을 문학적으로 그리고 건축학적으로 톺아보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셀마 라게를뢰프, 윌리엄 포크너, 크누트 함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여섯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을 포함하여 모두 20명의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에게 있어 집이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적은 저자는 ‘집은 작가들의 추억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들의 불안을 달래주며, 사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창조적 상상력은 머나먼 지평까지 날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7쪽)’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자와 사진작가는 작가의 세계에서 집이 가지는 의미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호기심을 정리한 것이 바로 <작가의 집>이었던 것입니다.


인도차이나에서 중국인 남자와 백인 소녀와의 연애를 그린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창조와 고독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프롤로그를 썼습니다. <롤 V 슈타인의 황홀>과 <부영사>를 쓴 자신의 공간을 ‘고독의 장소’라고 소개한 뒤라스는 ‘고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독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고독을 만들었다.(17쪽)’라고 알듯 모를듯한 말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글쓰기를 위해서 이곳에서 혼자여야 한다고 작정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낡아 보이는 가구나 마른 꽃으로 어수선해보이는 집이 작가에는 포근한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책과 잡동사니들로 어지러운 방이 익숙한 듯 생각이 술술 풀려나가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코네티컷 하트포트에 있는 마크 트웨인의 집은 교회건축으로 유명한 건축가 에드워드 터커먼 포터가 지었는데, ‘주 전체를 통털어, 아니 어쩌면 미국에서 가장 괴상한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ttp://blog.joins.com/yang412/14086194>에서 마크 트웨인 스스로 자신의 집의 독특한 모습에 대하여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을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이 집이 조화롭다고 했습니다. 특히 작가의 부인 리비가 아름답고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라고 합니다. 집도 주인의 모습을 닮아간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가르도네에 있는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집은 주인의 독특한 풍모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군인이자 시인인 단눈치오는 정원 윗부분에 전함을 반쯤 파묻어서 사이프러스 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무성한 산중턱에 배가 떠오른 것과 같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고 합니다.


작가들의 집들은 대체로 개인 박물관이 되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풍부한 사진들은 집안의 공간은 물론 집이 자연과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를 가본 듯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스무개나 되는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모두 찾아가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만, 욕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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