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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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하면 지정학적 개념보다는 정치적 개념으로 따져서 과거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동독,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폴란드 등 8개국을 떠올립니다. 소련이 무너지고 동구권 공산국가들이 민주화되면서 개념에 변화가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여행업계의 구분으로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 7개국을 발칸국가로 구분하고, 체코,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5개국을 동유럽국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시작한 유럽여행이 터키를 거쳐 발칸에 이르렀고, 이제는 동유럽으로 이어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책읽기가 동유럽에 쏠리고 있는 셈입니다. 영문학자 최도성 교수님의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도 같은 맥락의 책읽기입니다. 다만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3개국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슬로바키아는 사전에 준비했던 여행지가 아니었던지 소략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체코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 될 것 같습니다.


예술, 문학, 음악,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행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서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나름대로의 해설을 덧붙이고 있는 점이 특징인데, 때로는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여행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유여행의 참 멋을 잘 살리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이건 같은 여행자건 간에 쉽게 사귀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입니다. 천성적으로 붙임성이 아주 좋으신 모양입니다. 그런 인연들이 다음 여행지에까지 이어지는 것도 부지런히 인맥을 만드는 노력을 쌓다보면 덤으로 생기는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대인에 관한 내용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소개한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은 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후예라고 믿고 있지 아브라함을 유일신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의 등장으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로마제국에 맞섰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사울을 초대왕으로 하는 히브리왕국은 북쪽의 이스라엘왕국과 남쪽의 유다왕국으로 갈라졌다가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에게 멸망하고 말았는데,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 이후에 들어선 셀레우코스왕조 때 다시 유대인 왕국을 세웠던 것입니다. 기원전 63년 로마제국의 지배아래 들어가게 된 유대인들은 로마제국의 탄압과 수탈이 자심해지자 봉기하여 로마에 대항하였다가 패하면서 유대인들을 살던 곳에서 떠나도록 했던 것입니다.


특히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게 되면서 예수를 처형한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유대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유럽 기독교인들이 유대인들을 미워하게 만들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이유에 더하여 이민족의 오랜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남기 위하여 근면과 학습을 몸에 익힌 유대인들은 어디에 가더라고 사회의 핵심을 이루었던 것인데, 특히 학계와 상업을 장악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모습을 시샘하는 사람들이 더욱 유대인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판인데, 평소 미워하던 사람들이 명예와 부를 쌓아가니 더욱 배가 아팠을 것입니다.


간혹 가다 지나치게 수사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역에서 내려 주변을 걸었다. 들에는 노란 유채꽃이 녹색의 풀들과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고요히 떠 있었다. 나는 그 아래 펼쳐진 보헤미아 들판을 바라보며 천연의 공기를 마음껏 호흡했다. 시냇물 소리, 이끼 낀 돌길, 바스락거리며 팔랑이는 진녹색 이파리, 어느 것 하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167쪽)” 여행기가 담백하면 좋겠다는 개인적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더, 유럽에서 보고 느낀 것을 굳이 같은 시기의 우리역사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추켜올리는 듯한 분위기도 공연히 떨떠름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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