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터라서 제목에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눈길이 가곤합니다. 더구나 한 때 몰입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라고 해서 집어 들었습니다. 여행의 책이라고 하는데 제목에서 보면 공기, 흙, 불 그리고 물의 세계라는 소제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물질의 본질에 관한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이 먼저 생각나면서 여행과 어떻게 연관을 지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목대로 ‘여행의 책’이 읽는 사람을 여행으로 초대한다는 이야기로 운을 떼고 있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저는 가장 가뿐하고 은근하고 간편한 여행으로 당신을 안내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여행하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은데 간편한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점점 흥미를 돋구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모시게 된다고 합니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슬며시 자신을 추켜세우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여행의 책’은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천의 다른 사람들 곁으로 읽는 이를 안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의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면 우선 속박에서 벗어나야한다고 했습니다. 살갗을 누르는 모든 것을 벗고 풀고 빼낸다는 것인데, 상상해보면 조금은 편할 듯 불편할 것 같습니다. 환경이 쾌적해야 함은 물론이고 전화기도 내려놓고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라고 합니다. 이렇듯 요란을 떤다면 결코 간편하게 떠나는 여행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준비가 끝나면 유체이탈을 하듯 비상하여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라고 합니다. 가능할까?


그리하여 하늘을 날아 공기의 세계부터 여행을 시작합니다. 딱히 어디라고 할 것도 없는 화산이나 항구를 구경하기도 하는데, 사실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곳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여행의 책’의 어떠한 도움이 있더라도 가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기의 세계를 돌아본 다음에는 흙의 세계로 가는데, 흙의 세계는 땅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자신이 꿈꾸던 장소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불의 세계는 싸움터가 됩니다. 고대 트로이 전쟁으로부터 크림전쟁, 태평천국의 난, 남아프리카의 보어전쟁, 미국의 남북전쟁, 러시아혁명, 제2차 세계대전, 심지어는 한국전쟁까지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싸움터로 나아가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싸움이라고 합니다. 체제나 조직, 질병, 불운 그리고 죽음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법을 익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물의 세계는 휴식의 세계이면서도 현실로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불의 세계에서는 갑옷을 입고 무장을 하고는 다양한 적들과 싸우느라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면 이곳 물의 세계에서는 편안하고 아늑할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리스 철학의 4원소설에 대한 언급이 나오네요... ‘그대가 4원소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가갔던 더욱 영적인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152쪽)’ 그러니까 독서는 무한한 세계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정신의 여행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통하여 정신을 완성해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여행을 한 뒤로 그대의 몸은 안팎으로 완벽하게 평형을 이루고 있다.(153쪽)‘


155쪽에 불과한 얄팍한 책이 읽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세계를 여행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였는데, 이제는 ‘여행의 책’이 안내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몸을 일으켜 원하는 어디라도 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한번 해본 일을 두 번째 할 때는 일단 쉬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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