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생텍쥐페리 잠언집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혜연 옮김 / 생각속의집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때 흔히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곳 어딘가에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라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한 대목을 인용하곤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글이 아름다우면서도 깊이까지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그가 비행사라는 직업을 택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많은 사유의 시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캄캄한 밤하늘을 그것도 홀로 비행해서 가다보면 생텍쥐페리가 아니더라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시간들을 시답지 않은 생각으로 낭비하지 않고 삶에 대하여 깊이 성찰한 결과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겨놓은 그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글을 통하여 풀어놓은 그의 사유의 결과물을 ‘관계’라는 주제로 모아놓은 책입니다. 관계의 ‘발견’, ‘비밀’, ‘요건’, ‘행복’, ‘기적’ 등입니다. 순서의 의미는 생각에 따라서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순서를 바꾸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책들이 다 그렇겠습니다만, 처음부터 읽어도 좋겠고, 오늘의 운세를 점치는 기분으로 눈감고 펼친 쪽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짧으면 한 쪽 길어도 세 쪽을 넘지 않는 분량이니 씹어가며(?) 읽어도 좋겠죠?


지금 막 눈을 감고 책을 펼쳤습니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나왔군요. 일의 의미와 그 일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같이 생각하게 해주는군요. 일이란 일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지 물질의 충족만을 위해서 하는 경우에는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우리가 물질의 충족만을 위해 일한다면 그것은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독방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 인생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쓰레기 같은 돈과 함께 그 안에 외롭게 갇히는 것이다(76쪽)’라고 합니다. 그저 돈을 벌기 귀한 목적으로만 일을 시작한다면 더 나은 돈벌이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때문에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돈벌이보다는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가 하는 것이 일을 찾는데 있어 중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 노력해왔던 것 같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같이 일한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한 친구의 우정은 아무리 돈을 많이 주어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좋을 일입니다. 저자는 사람을 한데로 모아준다는 점에서 직업이 위대하다고 찬양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직업이 다르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직업을 가지면 서로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직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이에서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결혼할 무렵에도 멀리서 짝을 찾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만, 그때는 하루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아서인지 사내 커플이 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장거리를 혼자서 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저자의 시대만 해도 우편배달과 같이 소규모의 화물을 나르는 화물기는 혼자서 몰고 다녔던 모양입니다. 물로 낮시간에도 비행을 하겠지만, 야간에도 비행기를 띄웠던 모양인데, 캄캄한 밤에 나침반과 지상의 구조물들에 의존하여 날다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조난을 당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행사는 고독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고독을 안다. 사하라 노선을 비행하는 조종하로 사막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것을 뼈저리게 맛보았다.(135쪽)” 고독한 사람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 결과를 남기려는 욕구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주옥같은 글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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