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랑론
강응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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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마음 한구석에 상처 같은 기억이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첫 사랑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크게 기대했던 책읽기였습니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프로이트로부터 시작해서 라캉으로 이어지는 정신분석학의 흐름을 정리한 내용이었습니다. 흔히 첫사랑하면 성년이 되어 마음이 쏠린 이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저자는 유아기에 맺는 관계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흔히는 유아기에 겪은 일은 대부분 잊혀진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임상에 근거한 정신분석을 통하여 기억되지 않던 부분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유아기적 첫사랑의 관계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상호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의 전반부에서는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가 생각했던 인간의 정체화과정을 ‘됨의 첫사랑’, ‘가짐의 첫사랑’ 그리고 ‘상호적 첫사랑’의 단계로 설명합니다. 프로이트의 주석가로 활동한 라캉이 제시한 상상계, 상징계 그리고 실재계라는 정신의 삼위체를 통하여 인간의 정체화과정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차이에 대하여 라캉이 외부의 것이 내부로 들어오는 관계, 그리고 내부와 외부가 서로 맺는 관계를 말하는 반면, 프로이트는 자체 생산되는 리비도가 내부에 머무르는 관계, 그리고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관계, 또한 외부로 향하던 리비도가 다시 내부로 돌아오는 관계 등을 말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신분석학을 잘 알지 못합니다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근간으로 하는 3자 관계(아동-어머니-아버지)와 성적 힘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어 창시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그 논리를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과학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합니다. 정신분석이 사례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검증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어 용어라든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습니다만, 간간히 우리도 잘 아는 영화의 한 장면을 인용한다던가 해서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꿈의 해석에 관해서는 긴가민가하는 편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파악하고 있는 다양한 환자정보를 이용하여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점술사의 모습이 겹쳐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점을 보러 가면 점술사가 의뢰인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의뢰인이 가진 문제를 알아내는 것는 기술 같은 것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신분석 전문가는 점술사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셈입니다.


정신분석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사랑에 빠지는 사례에 대하여 두 사람이 결혼을 하거나 분석을 포기해야 한다는 두 가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프로이트가 생각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프로이트 시절의 의사들 가운데 이런 상황이 드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안나O의 사례가 그런 경우인데, 최근에 읽은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http://blog.joins.com/yang412/13919381>에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의사이며 프로이트의 멘토였던 요제프 브로이어박사가 안나O라는 가명으로 프로이트와 토론하였던 여성환자 베르타 파펜하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치료가 혼란을 겪고 아내와의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갔다는 에피소드가 소개됩니다.


첫사랑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호기심을 부풀렸던 이 책에서 첫사랑은 흔히 생각하는 청춘을 달아오르게 했던 그 첫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처음 나와서 만났던 누군가와의 사이에 싹텄던,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의 관계는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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