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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노스탤지어 - 모던의 흔적을 찾아가는 인문 여행 ㅣ 두 번째 티켓 4
하상일 지음 / 이담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주변에서 연구년을 외국에서 보내기로 했다는 분들을 가끔 봅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잠시 미국에서 살아보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외국에 나가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에 살아본 적이 있다면 쉽게 자리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젊을 때와는 여러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또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상하이에서 연구년을 보내셨다는 하상일교수님께서는 중국에서의 생활을 기록으로 책으로 묶어내는 쾌거를 이루셨네요. <상하이 노스탤지어>가 바로 그 성과입니다. 일종의 뒤에 오시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가 될 수 있고, 또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이 될 수도 있어 양수겹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연수기간 동안에 일제 침략시기에 중국, 특히 상해로 이주한 한국 문인들의 활동을 연구주제로 삼았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상해상학원에서 한국학 강의를 진행하는 한편 정한 주제에 따른 연구활동을 병행하는 힘든 일을 하는 와중에 이국의 생활을 기록으로 정리하기까지 하셨다니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상하이 노스탤지어>는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상하이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담은 일상, 상하이의 음식,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돌아본 상하이의 도시풍경, 문화 그리고 상하이 밖으로 나가 중국의 관광명소를 돌아보는 기회도 가져보신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가족들과 함께 갔었고, 먼저 가 계셨던 학교 선후배의 도움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정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먼저 오신 분들이 뒤에 오는 분을 챙겨주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즉, 돌보아주신 분들께 보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 오는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것이 먼저 돌보아주신 분들게 보답을 하는 셈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교수님은 단신 부임하셔서 정착하고 생활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연구는 물론 자신의 일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일상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한국에서 하지 않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상하이에서는 아마도 출퇴근이나 구경하는 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 차를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대중교통을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자들이 5월 15일 한국의 스승의 날을 챙겨주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씀씀이가 참 넓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 미국에서 5월 15일에 선생님들께 감사의 선물을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인 스태프가 놀라던 선물을 받고 쑥스러워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도 참 잘 찍으시는 것 같습니다. 음식은 물론 풍경 등 상하이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장면들을 잘 찍어서 곁들이고 있어서 내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역시 요즈음 출판의 대세는 읽는 책보다도 보는 책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를 소개하시는 것도 남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아이링이나 쑹칭링의 고택을 방문한 것이라던가 윤봉길과 루신과 관련된 장소를 찾는 것도 그렇습니다. 요즈음 상황 같아서는 제가 상하이를 가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머지 않은 미래에 상하이를 찾게 된다면 <상하이 노스탤지어>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모던의 흔적을 찾아가는 인문 여행’이라는 부제는 아마도 일제 식민시절의 문화양식이라던 모던 그룹에 속하던 문인들의 뒤를 살펴보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만, 그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조금 아쉽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