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2 세계인문기행 2
다나카 치세코 지음, 정선이 옮김 / 예담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돌아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조각보처럼 쪼개진 여행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밀라노 근처 스트레사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러 갔다가 한나절 밀라노를 보았다던가, 발칸을 여행하면서 밀라노에서 귀국비행기를 타느라 베네치아를 보게 되었다던가 하는 식입니다.


언젠가는 통으로 이탈리아를 보게 될 것을 기약하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조금씩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은 일본의 영화평론가 다나카 치세코의 여행에세이입니다. 영화평론이라는 전공을 살려 이탈리아를 무대로 한 영화를 주제로 삼아 이탈리아의 대표적 도시,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시칠리아, 밀라노, 그리고 로마에 대하여 적고 있습니다.


일단은 저도 가보았던 베네치아에 대한 저자의 이런 느낌에 공감합니다. “바다를 향해 한껏 열려 있는 기분 좋은 도시! 빛나는 대리석의 모자이크로 빼곡히 뒤덮인 교회와 나란히 서 있는 건물들의 화려한 장식, 이 모두가 웅대한 무대장치다.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고, 이 순간 베네치아는 나의 것, 나만을 위한 것이라며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여행자의 나르시시즘을 노골적으로 부추긴다.(59-60쪽)” 누구나 베네치아에 오면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면서, 저자는 베네치아에 머무는 동안 맛보는 행복감은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에 서 있을 때보다도, 빈의 숲속에 발을 들여놓을 때보다도 훨씬 크다라고 고백합니다.


베네치아를 무대로 한 영화로는 비스콘트감독의 <여름의 폭풍(1954년)>과 데이비드 린 감독의 <여정(1955년)> 두 편을 인용하였는데, 오래 된 영화이고, 명화극장에서도 본 기억이 없어서 영화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실감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베네치아를 다녀왔기 때문인지, 나름대로의 이해는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두 편의 영화는 우연히도 계절이 모두 여름이었네요. 그래서 인지 봄의 베네치아와 가을의 베네치아의 느낌을 특별하게 적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레가타가 끝나면 비를 뿌리며 가을이 온다.(레가타(Regatta)는 원동기 없는 배를 사용한 여러 사람의 보트 경기입니다) 베네치아의 비는 아주 몰인정하다. 바다에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배는 사정없이 흔들린다. 산마르코 광장까지 물에 잠긴다.(83쪽)” 제가 베네치아에 갔을 때가 가을이 깊었을 때였는데, 산마르코 광장에는 나무로 만든 통로가 놓여있는 것을 보면 밀물에 바닷물이 들어차는 모양이었습니다. 영화이야기를 빼고 나면 베네치아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아내와 함께 간 발칸여행에서는 밀라노는 말펜사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것 말고는 구경한 것이 없습니다. 학회에 갔을 때, 두오모를 중심으로 구경한 것이 전부인데, 스칼라극장, 아케이드 갈레리아 등을 돌아본 것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미술관 등도 휴관이라서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밀라노의 도시의 여왕이다’라고 했다는 옛 시인의 말씀에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두오모의 일부에서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옥상에 올라가보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두오모를 가볼 기회가 있다면 꼭 옥상에 올라가 보겠습니다. 알프스까지 보인다고 하니 말입니다. 갈레리아의 황소 불알에서 세바퀴를 돌았으니 언젠가는 밀라노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시칠리아는 모르더라고 로마, 피렌체, 나폴리는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유럽의 분위기가 살벌해서 눈치를 보아야 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당장은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좋은 사진을 넉넉하게 삽입하고 있어 눈이 많이 호강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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