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우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남미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남미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우라>는 멕시코시티를 무대로 한 작품이라서 골랐습니다. <아우라>를 쓴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파나마시티에서 태어났지만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주의 다양한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성장했고 열여덟이 되던해 멕시코로 돌아왔습니다. 성장하면서 멕시코 역사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이 작가로서의 소양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우라>는 62쪽에 불과해서 중편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분량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몇 차례에 걸쳐 큰 변화를 주고 있어서 집중해서 읽어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마친 다음에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았습니다. 이런 독자의 반응을 예견했는지 작가는 25쪽이나 되는 집필배경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옮긴이 역시 열네 쪽에 달하는 작품해설을 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아우라>에 대하여 따로 할 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이야기의 줄거리 자체는 간단합니다. 긍핍한 생활에 넌더리를 내던 젊은 역사학자 펠리페는 오래 전에 죽은 요렌테장군의 비망록을 출판하기 위하여 정리할 사람을 찾는 미망인 콘수엘로와 계약을 맺고 그녀의 집에 기거하면서 유고 정리작업을 시작한다. 그 집에는 미망인 콘수엘로와 그녀의 조카라고 하는 아우라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펠리페의 마음은 아우라로 향하게 되고, 모호한 분위기에서 둘은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시점이란 것이 실재상황인지 아니면 펠리페의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처음에는 펠리페의 방에서 시작된 관계는 종국에는 콘수엘로의 방으로 옮겨지고 펠리페는 아우라와 콘수엘로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게 됩니다. 비망록을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펠리페 역시 젊은 시절의 요렌테장군이라는 반전이 추가되면서 간단한 듯 보였던 이야기가 모호하게 얽혀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작품해설까지 모두 읽은 다음에서야 이야기의 전무가 밝혀지고, 특히 작가가 밝힌 집필 배경을 보면 작가가 긴밀하게 교류하던 영화감독 부뉴엘의 영향을 받아 죽음과 회생이라는 환상적 요소를 가미하여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영화감독 미조구치 겐조의 영화세계와 그 뿌리가 닿아있는 이야기들, 그러니까 일본설화 <오토기보코>, 그리고 그 원전격인 중국 명나라때 소설 <애경전>에 이르면서 부부가 죽음을 뛰어넘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이어져왔음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콘수엘로부인과 아우라가 동일인물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에 표시를 해둔 것을 보면 뭔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너는 이모와 조카를 번갈아 흘긋거리는데, 콘수엘로 부인이 동작을 멈추는 순간 아우라 역시 포크를 접시 위에 놓고는 아무 동작도 하지 않는 거였어. 불과 1초 전에 콘수엘로 부인이 했던 그대로 말이야(35쪽)” 거의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기가막힌 따라쟁이라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우라, 즉 콘수엘로의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래요 그녀는 늙고 혐오스러워요 (…). 펠리페,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 그녀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 다른 사람이 되고 (…).(53쪽)”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가 도입부가 지나면서 시나브로 2인칭의 화자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 펠리페임에도, 화자 역시 펠리페임이 분명한데도 펠리페를 너라고 지칭하면서 상황을 설명해가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듯하여 책읽는 흐름이 무너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예견되었던 펠리페와 아우라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가 실제 상황인지 아니면 펠리페의 환상인지도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푸엔테스의 <아우라>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식민시대의 고택이 즐비한 돈 셀레스거리의 스산한 분위기를 살린 고딕소설의 전형이라는 점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고딕소설은 공포와 로맨스를 조합한 문학 장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