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책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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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남미여행을 떠나면서 가지고 갔던 책입니다. 이 책에 담긴 여행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여행가 폴 서루의 <여행자의 책>은 한 마디로 ‘여행에 관한 백화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이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으로부터 여행의 지혜, 규칙, 동반자, 여행방법, 여행기쓰기, 여행장소의 의미, 심지어는 상상여행까지도 저자의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주제가 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다양한 소주제로 구분하고, 앞선 여행자들이 남긴 좋은 말들을 모아 나열한데 그치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 자신이 다른 책에 쓴 글들도 많이 인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인용에 불과한 것이며, 이번 책에서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별도로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여행이 선사하는 행복하고 건전한 망상 중 하나이다(21쪽)’라는 견해는 ‘망상’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릴 뿐 공감할 수 있겠는데, ‘여행을 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곳을 그대로 구현한 장소를 발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화된 고향, 다시 말해 완벽한 기억을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20쪽)’라는 생각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성으로 지나치던 여행에 관한 짧은 구절의 끝에서 발견한 “여행의 가장 큰 보상 중 하나는 가족, 오랜 친구들, 친숙한 장소들, 집의 안락한 편의시설, 자신의 침대 등을 재확인하는 고향으로의 귀한이다.(55쪽)”라는 구절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마다 가졌던 느낌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무언가 잘못을 들킨 것처럼 뜨끔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 6주 안에 다섯 나라를 보기를 원할까?(91쪽)”라는 구절인데, 최근에 제가 다녀온 대부분의 여행은 2주 동안 3~6개국, 심지어는 3주에 8개국을 날아다닌(?)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던 셈인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여행을 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마음에 새겨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조언도 있습니다. “따분한 여행은 일행을 서로 화나게 하기 쉽다. 그러나 여행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의 의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두 배로 친절하게 대하고, 모욕적인 말을 점잖게 받아들이며, 응수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을 의무하고 여긴다.(202쪽)” 여러 사람과 같이 여행을 하다보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라는 의미로 새겼습니다.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여행에 대해 쓰는 것보다 여행하는 것이 훨씬 쉽다(101쪽)’라고 했다는데, 무엇을 쓰는가 하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지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 정리하고,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짧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같이 여행하는 아내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라는 생각도 들어 있습니다.


작가는 한국에도 다녀갔던 모양입니다. ‘한국에는 개고기 이외에도 특별한 요리들이 가득한데, 닭똥집은 기름을 많이 넣어 튀긴 닭의 모래주머니이다. 그리고 횟집에서 먹을 수 있는 산 낙지는 간단히 준비된다. 우선 살아있는 작은 낙지를 칼로 자른다. 그런 뒤 여전히 꿈틀거리는 다리들을 잘게 자르고, 특별한 소스와 함께 생으로 먹는다(329쪽)’ 저자가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에 대하여 별도의 논평 없이 기술하고 있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이미 세계인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개고기를 먹는 문화만은 따로 언급을 했는데, 개고기를 먹는 나라들과 개고기를 먹게 된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 있습니다. 음식에 대하여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도 돋보입니다.

여행에 대하여 생각해볼 거리가 아주 풍부한 책읽기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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