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본 영화 <아름다운 비행>은 난개발로 어미새를 쫓아, 버려진 야생 거위알에서 부화한 거위들을 남쪽의 철새 서식지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담아 감동을 주었습니다. 거위들은 부화한 순간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인식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는 인간 뿐 아니라 고양이도 부화한 갈매기를 날도록 돌볼 수 있다는 깜찍한 발상을 통하여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의 몰지각함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새에게는 천적에 가까운 고양이에게 알을 맡기고, 부화된 어린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남쪽으로 이동하던 갈매기에게 바다를 뒤엎은 기름에 빠지는 일은 재앙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로 바다에 쏟아진 원유를 뒤집어쓴 바다새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구환경에 인간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가를 말해줍니다. 예기치 못한 재앙을 만난 갈매기 캥가가 함부르크까지 어렵게 날아 검은고양이 소르바스를 만난 것은 그나마 천운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부두 고양이 한 마리가 한 약속은 항구 고양이 전체와 관계가 있다(64쪽)’라는 자부심 넘치는 함부르크 부두의 고양이들의 일사불란한 지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인간보다 나을 수 있다는 환경애호가인 저자의 생각을 담은 것 같습니다.


함부르크가지 비행하느라 남은 에너지를 쏟은 갈매기 켕가는 검은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세 가지 약속을 받아냅니다. 첫 번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낳은 알을 먹지 않겠다는 것, 두 번째는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보호해줄 것, 마지막으로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르바스는 켕가에게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세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소르바스의 노력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인간과의 대화에 나서기까지 합니다. 고양이들의 금기사항이지요.


알에서 태어난 갈매기-뒤에 행운아라는 의미의 아포로뚜나다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처음 만난 소르바스를 엄마로 인식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갈매기가 아니라 고양이라고 믿기까지 합니다. 잠시 침팬지의 이간질 때문에 소르바스를 비롯한 함부르크의 고양이들이 자신을 돌보는 이유가 키워서 잡아먹으려한다고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만, 아포르뚜나다는 자신이 결국은 갈매기이고 날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날아보지 못한 고양이들이 갈매기를 날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백과사전을 통하여 비행이론은 제대로 이해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일정부분 거리가 있다는 점을 시사힙니다. 하지만 새들은 본능적으로 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동족인 갈매기가 나는 모습을 본 아포르뚜나다는 소르바스가 보는 앞에서 멋지게 날아오릅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소르바스의 눈가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 방울들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고 적은 작가는 소르바스에게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씨를 지닌 고양이’라는 명예로운 직함을 붙여줍니다. 사람보다 나은 고양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노체트 정권의 탄압을 피해 해외를 떠돌면서 망명생활을 하던 세풀베다는 연극활동을 하면서 언론인으로 명성을 떨쳤고, 유네스코에서 일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린피스의 일원으로 환경보호와 소수민족 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이를 작품에 반영해오고 있습니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은 유전이 있는 북해를 배경으로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에서 죽음을 맞는 갈매기를 통하여 해양오염실태를 고발하고, 나아가 고양이 소르바스를 통하여 지구환경보호를 위하여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같이 읽고 배울 점이 있는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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