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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작가 - 43인의 나를 만나다
장정일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는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인터뷰어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김명수기자의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 http://blog.joins.com/yang412/13046338>을 읽고서 막연하던 생각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하면, <장정일, 작가>를 읽고서는 윤곽이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시인이자 작가 장정일은 <장정일, 작가>는 ‘장정일이 만난 작가’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정일작가 역시 젊어서 인터뷰어를 꿈꾸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는 명성 있는 인사를 만나, 그들을 독선생으로 모시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다가 이 일은 유명 인사의 후광에 힘입어 내 이름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11쪽)”라는 속셈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 번씩이나 인터뷰어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매번 ‘때려죽여도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창작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던데 반해, 인터뷰는 상대의 말을 듣는 기술이다. 창의적인 일이라고 내세우기 꽤 애매한 이 일은, 글을 정리하면서 인터뷰이의 눈치도 봐야 하고, 자칫하면 욕까지 얻어먹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장정일, 작가>는 그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인터뷰 연재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장정일, 작가>에서는 모두 43명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있습니다. ‘장정일이 만난 작가’를 의미한다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뷰이들 모두 책을 쓴 작가들입니다. 다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작가라고 부르는 소설가나 시인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협소한 의미의 문학으로 온전하게 포획되지 않는 또 다른 문학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교양과 글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즉 언어로 사고하는 사람들, 그것을 문서의 형태로 남긴 사람들 역시 작가라고 함이 옳겠다는 장정일 작가의 철학을 내비친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난 43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1부 시대를 만나다, 2부 교양을 만나다, 3부 인문을 말하다’로 구분하였습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면 장정일작가의 시야가 얼마나 넓게 열려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부 시대를 만나다편에서는 문화연구자, 일문학자, 음식칼럼니스트, 사진작가, 정치평론가, 희곡작가, 영문학자, 극작가 등을, 2부 교양을 만나다편에서는 만화가, 나무칼럼니스트, 영화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 소설가, 큐레이터, 연극평론가, 영화문화연구자, 지구물리학자, 기업인, 바이올리니스트, 미학자, 방송인, 3부 인문학을 만나다면에서는 역사학자, 한국문화연구자, 방송기자, 동양철학자, 서양사학자, 인도사연구가, 자유저술가, 생태경제학자, 정치학자, 러시아문학연구자, 고전평론가, 강호동양학자, 국문학자, 문학자, 신화학자, 역사에세이스트, 한국고대사학자 등으로, 중복되는 분야라고는 5개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매번 서평 혹은 에세이를 쓴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했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장정일 작가는 인터뷰이가 쓴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저자의 집필의도 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정일, 작가>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인터뷰한 저자 혹은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작가가 만난 인터뷰이의 작품 가운데 몇 권을 챙겨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서평을 담은 책의 경우는 원작이 서평을 쓴 사람의 생각으로 굴절되어 전해지는 반면, <장정일, 작가>의 경우는 장정일 작가의 해석에 더하여 원작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론의 뭇매를 각오하면서까지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담은 일문학자 박유하와 서양사학자 이용우의 책을 우선 고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