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우석균 지음 / 해나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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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남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알맹이 없는 여행기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남미를 안내하는 제대로 된 읽을거리는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 특히 안데스 민속음악과 독립 후에 들어선 독재정권에 맞서던 민중음악들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쓴 우석균박사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페루의 가톨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페루사람들의 삶을 몸으로 느낀 바를 녹여내고 있어 공감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을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저자는 코르도바-투쿠만-살타-후후이-포토시-라파스-푸노를 거쳐 쿠스코에 이르는 길을 때로는 택시를 대절하여 혹은 버스로 이동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민중음악의 성지를 직접 방문하여 그들의 음악과 축제를 직접 듣고 체험한 결과를 정리해냈습니다.

 

사실 음악, 특히 라틴음악은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여기 나오는 가수나 음악은 한 곡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 한 곡은 사이먼과 가펑클이 안데스 민요를 편곡한 <철새는 날아가고>입니다. 첫머리에 나오는 전설적인 탱고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의 <내 사랑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메르세데스 소사, 알폰시나 스트로니, 아타왈파 유팡키 등등 모두 처음 듣는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유팡키가 여생을 보냈고 묻힌 세로콜로라도까지 택시를 대절하여 방문하는 열성을 보였답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어느 해던가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현대병리학의 태두라고 할 비르효의 무덤을 찾아서 헌화를 한 적이 있는 것 처럼, 저자 역시 기리는 마음을 표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단순하게 가수나 노래 뿐 아니라 탱고를 연주하는 반도네온, 안데스 전통의 민속악기들, 시쿠, 차랑고, 안데스 하프 등에 대하여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노래들의 가사를 싣고 있는데, 하나 같이 노랫말들이 비장한 듯한 것은 노래들이 주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문인 마리아 엘레나 월쉬가 작사작곡하고,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부른 <매미처럼>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숱하게 나를 죽였고 / 숱하게 나는 죽었네. / 그러나 나는 여기 다시 부활하고 있지. / 불행에 감사드리고 / 비수를 움켜쥔 손에도 감사를 드리네. / 서투르게 나를 줄였기에 / 계속 노래할 수 있었으니. // 매미처럼 태양을 향해 노래하네, / 일 년간 지하에 있다가. / 전쟁에서 돌아오는 / 생존자들처럼.(32쪽)”

 

여행을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은 물론 자료사진 그리고 현지에 지원해준 다양한 사진들도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특히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비올레타 파라가 태어난 산카를로스에서 만난 칠레의 평원은 노란꽃 - 아마도 유채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 이 만발하고 있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사진을 오랫동안 넘기지 못했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남미여행이 계획대로 되면 저자가 다닌 도시 가운데 몇 곳을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라틴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으니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듣기로는 칠레도 독재정권이 종식되어 이제는 민주정부가 들어서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음악에 관한 책을 쓰는 일이 일종의 외도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만, 학문 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통섭의 시대에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구촌은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앎의 지평을 넓혀가기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한 세상입니다. 특히 남미에 관해서 말입니다. 남미의 문화, 특히 음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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