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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잉카
김동완.김선미.한은경 지음 / 지성사 / 2006년 8월
평점 :
중남미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한여름 밤의 꿈, 잉카>는 2003년 8월 20일부터 9월 5일까지 LG IBM과 스포츠서울 그리고 대학내일이 후원하고 16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한 잉카, 아마존 탐사여행을 보고서입니다. 여정은 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픽추, 푸에르토 말도나도 그리고 브라질의 사웅파울루와 이과수 폭포 등 2개국의 다섯 곳을 돌아보는 것이었가 봅니다. 16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김동완, 김선미, 한은경 등 세 명의 학생들이 대표로 책을 꾸몄던가 봅니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탐사대였던 까닭에 조금은 용감하면서도 여행길에서 만나는 외국 사람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편을 통하여 아쉬운 점은 주로 먹는 것 노는 것 이외에 여행지에 대하여 심도 있는 내용이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전 준비도 별로 없었던 것 같고, 다녀온 다음에도 현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보완하는 노력의 흔적이 별로 없이 그저 그렇더라는 감흥 정도를 나열하고 있어서 실망스러운 보고서였습니다. 예를 들면 쿠스코에 도착한 탐사대원 가운데는 고산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탐사일정을 탐사대원들이 스스로 짠 것 같은 흔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주최측에서 짜놓은 일정을 피동적으로 따라가는데, 그 일정마저도 여유가 넘치는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잉카인들이 마추픽추를 세운 이유가 피사로가 이끌고 온 스페인군대 때문이었다는 설명도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스페인 군대의 가공할 화력에 무너진 잉카인들이 우르밤바계곡의 정상으로 도피해서 지은 공중도시가 바로 맞추픽추라는 설명입니다.
맞추픽추의 캠핑장에서 밤새워 술을 마시고 춤을 춘 것도 모자라 쿠스코에 내려와서도 다시 나이트클럽에서 밤새워 춤을 추고 놀았다고 적었는데, 여정이 힘들수록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여행의 기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젊음을 과신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이트클럽도 그랬지만, 카지노까지 섭렵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적은 것도 눈에 거슬린다. 물론 기분전환을 위하여 가볍게 즐긴 것이었고, 생각지 못한 잭팟을 횡재한 다음에 바로 그만 두었다고는 했습니다만, 그리 대학생 신분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6명의 탐사대원들의 탐사행적은 물론 이후의 행적을 제대로 적고 있지 않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보면 책을 쓴 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미 탐사를 다녀온 효과가 남미특산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우리나라에 문을 열고 있는 남미 음식을 즐기러 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그 멀리 남미까지 탐사를 다녀오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탱고에 빠지는 것도 그저 개인적인 호사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넘어 역사는 물론 경제, 사회, 예술 등 다방면에서의 인식의 깊이를 더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이들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리교사들의 연수보고서 <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와 너무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서 연수 목적으로 다녀온 것이기 때문에 출발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떠난 것과 같이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학생들의 남미 탐사대 역시 제출한 제안서를 심사하여 선발하였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을 제안하였고, 그 제안이 어떻게 탐사에 반영되어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기왕에 보고서를 쓸 양이었다면 보완할 것은 철저하게 보완을 하고 적절치 못한 것은 제외하는 편집의 묘를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