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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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책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만, 어렸을 적에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선친 덕분에 동화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유럽의 동화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살아보는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몇 차례 유럽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꿈꾸었던 유럽생활과는 거리가 먼 여행이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읽은 동화들은 대부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알려주는 것들이었고, 그렇게 살도록 이끌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여행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만 정리하다보면 아무래도 딱딱해지는 것 같아 여행지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그곳에 전해오는 민담도 읽고 인용하기도 합니다. 금년에는 터키와 발칸을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이 지역의 민담을 읽을 기회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나온 황선미작가님의 <인어의 노래>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야기에 실린 작가님의 고백(?)은 저와 같은 것이어서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죽지 않고 전해진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집단의 독특한 전통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판단을 해야 하고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조상의 가르침이 다양한 이야기 속에 녹아 있지요.”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읽을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해야 하겠지요?

<인어의 노래>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유럽 5개국과 터키의 민담이 실려 있습니다. 사실 터키는 소아시아에 있는 나라입니다만, 14세기부터 발칸반도를 거쳐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던 나라입니다. 당연히 그들의 삶에 유럽적 요소가 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인어의 노래>에 실린 터키 민담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는 그 구성을 보면 유럽에서 내려오는 민담과 분위기가 아주 흡사합니다. 공주가 마법에 걸린 왕자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 성격이 까탈스러운 언니들은 손에 쥐어준 기회를 걷어차지만 마음씨가 고운 막내 공주에게 그 기회가 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법을 통하여 행운을 차지하지만 사실은 그 행운이라는 것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스스로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폴란드민담 ‘고사리꽃’도 그렇고 ‘황금오리’도 그렇습니다. 황금고사리꽃을 찾아내고 행운을 차지한 야첵은 가족들이 가난에 찌들어 죽어가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33쪽)”라는 양심의 소리가 마음속에서 아우성을 쳐도 말입니다. 하지만 황금오리의 주인공 루텍은 달랐습니다. 자신의 행운을 불쌍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보면 황선미작가님은 <인어의 노래>에 실은 민담을 고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인어의 노래>에는 이야기마다 폴란드 출신 동화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을 싣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여 동화책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면서 동화도 쓰는 동화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그림에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한편, 그 이야기를 읽는 어린이가 등장합니다. 아마도 그림을 그린 분이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옮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림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화 속 이야기를 따라서 먼 나라로 떠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인어의 노래>에 실린 민담들은 모두 아름답고 착한 심성을 가지도록 알려주는 내용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읽고 그 뜻을 이해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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