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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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었습니다.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입니다. 마꼰도라는 마을을 세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아내 우르슬라로부터 7대에 걸친 자손들의 가족사를 담았습니다. 마꼰도는 젊은 시절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친구들이 바다로 나가는 길을 찾아 부인과 아이들, 가축들을 이끌고 가재도구들을 몽땅 챙겨 산맥을 넘었는데, 이십육 개월이 지나자 자신들의 계획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정착한 곳입니다.

 

이 소설의 주제는 ‘고독’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고독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읽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고독을 처음 기록한 것은 우르술라의 먼 조카뻘이자,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친구의 딸인 레베카입니다. 열한 살에 고아가 되어 이들 집에 온 레베카는 두 사람의 딸 아마란따와 자매처럼 성장하다가 한 남자를 같이 사랑하는 삼각관계가 되면서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되는데, 결국은 두 사람의 큰 아들 호세 아르까디오와 같이 살게 됩니다. 레베카는 고독한 성격을 지녔다고 설명합니다. 그녀의 삶은 불꽃같은 사랑을 하고 남편이 죽은 다음에는 세상과 단절한 채 죽은 사람처럼 살다가 소문도 없이 숨을 거두게 됩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어떠한 행태로든지 고독하다라고 작가는 말하는데, 때로는 고독할 것 같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여자도 고독하다고 적었습니다. ‘메메는 그 남자에게 미쳐버리고 말았다. 잠도 오지 않았고, 입맛도 잃었고, 고독 속으로 너무 깊이 빠져들어 아버지까지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변해 있었다.(1권 128쪽)’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여성이 고독하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점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기 못한 설정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4대째의 딸인 미녀 레메디오스가 승천하는 모습을 꽤 상세하게 설명하는 장면이나, 나는 양탄자 이야기 등은 읽는 이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2대에서부터 등장하는 복잡한 관계, 예를 들면 몇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근친혼이라거나, 한 여자가 형제와 관계를 맺는 등 우리의 정서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기 때문에 비대칭적인 남녀비 때문에 생긴 사회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근친혼을 비롯한 혼인관계의 난맥상은 운명적으로 파멸로 마감하게 되는 것인데, 그 흐름새를 보면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모티브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꼰도라는 지역이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 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역사적 배경에 근거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프랑스에서 온 창녀라거나, 집시들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터키인들도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이 지역은 주로 이베리아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나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노예들이 원주민들과 섞여서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충분히 현실에 바탕으로 두면서도 실제 삶보다 폭넓은 상황을 수용하고 있다는 작품설명이 쉽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품설명에서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백년의 고독>에는 불멸을 찾아다니는 길가메쉬의 모험, 오뒷세우스의 귀향여행, 영원을 추구하는 연금술사, 디오니소스적인 광란의 축제 등이 녹여져 있는 점이 이 작품의 격을 달리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이해하기까지 줄거리를 한참 정리해보아야 했습니다.

 

초반에는 유토피아와 같던 마꼰도는 중앙정부에서 관리가 파견되어 오고 중앙정부의 개입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하여 반발하는 반군운동의 중심이 되고, 반군과 중앙정부가 화해를 한 다음 마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마을이 퇴락하는 모습을 보여 원시적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지향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남았습니다. 어떻든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남겨둔 채여서 더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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