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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길 야만의 길,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 - 낭만과 야만이 교차하는 그곳, 화해와 공존을 깨닫다
이종헌 지음 / 소울메이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달 발칸여행을 떠나면서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섯 권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터키여행에서도 이종헌님이 쓴 <우리가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던 바 있어서 큰 기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발칸반도에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옛유고연방에 속했던 3나라와 아우슈비츠를 필두로 한 동유럽의 6나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고 독일입니다. 동유럽 여행은 미루어두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낭만의 길 야만의 길>이 소위 닥크 투어리즘 형태의 책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교훈여행’ 쯤으로 번역되는 닥크 투어리즘은 역사적 비극 및 재난의 현장을 찾아 자기성찰과 교훈을 얻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지난해부터 시작하고 있는 본격 해외여행을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의 충돌현장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를 돌았고, 금년에는 터키에 이어 발칸을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굳이 비극이나 재난에 국한하여 역사를 살펴보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닥크 투어리즘은 아닌 셈입니다. 세상사에는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는 것이니, 둘 다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발칸과 동유럽지역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전쟁의 비극을 중심에 둔 것은 어쩌면 비잔틴제국이 소멸한 다음, 오스만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힘겨루기를 했던 현장이 바로 발칸이었고, 그로 인하여 이 지역은 그리스정교, 이슬람교, 그리고 기독교가 혼재된 독특한 종교적 구성과 슬라브인과 롬인 그리고 투르크인들이 같이 혹은 갈라서 살아온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민족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발칸을 유럽의 화약고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발칸 지역을 이야기할 때 흔히는 터키사람들이 지배하던 시절에 이곳 사람들이 힘들게 살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발칸 지역의 민담이나 전설을 통하여 보면 오해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불가리아 작가 요르단 요콥트가 수집한 불가리아의 민담과 전설 등을 담은 <발칸의 전설; http://blog.joins.com/yang412/13774940>을 보면 터키에 조직적으로 저항한 세력이나, 이민족의 지배를 받고 있는 동족을 약탈하는 비적들을 별다르게 구분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터키계의 지배층과 지역민들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경우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발칸을 보면서 한반도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발칸여행에서는 세르비아는 보지 못했고 주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의 일부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유적이나, 베네치아공국이 남긴 유적, 그리고 오스만제국의 유적 등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었지만, 오스만제국의 통치기간을 거치면서 공존하던 민족들이 서로 학살하기를 서슴치 않았던 내전의 흔적을 보면서 끔찍한 세월을 어떻게 건너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로버트 베번의 <집단기억의 파괴; http://blog.joins.com/yang412/13514470>나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 http://blog.joins.com/yang412/13531811>을 통하여 유고 내전의 참상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만, 보스니아의 모스타르를 방문해서 지금도 부서진 채 방치된 건물들이나 건물 벽에 흉측하게 남아 있는 총탄자국들을 보면서 당시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끔찍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전쟁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그려서 읽는 이로 하여금 찾아보고 싶도록 만듭니다. 또한 현장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 점도 책읽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