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담 전집 10 - 폴란드·유고 편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10
오경근·김지향 엮음 / 황금가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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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옛 유고연방에 속하였던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슬로베니아를 중심으로 발칸지역을 여행하면서 산과 강이 우리의 것과는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민족 구성이나 종교 등의 차이도 확연하게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발칸여행을 마치고 이 지역을 더 이해하기 위한 책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민담전집-폴란드, 유고편>도 그런 맥락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폴란드와 유고슬라비아 사이에는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발칸국가에 속하는 유고슬라비이아와 동유럽의 북부에 위치한 폴란드가 서로 연관이 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민담들을 읽다보면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공통점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유고연방지역이 오랫동안 오스만 투르크에 지배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프러시아, 러시아제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부딪히던 현장이었던 것처럼 폴란드 역시 같은 나라들이 개입하여 국토를 분할하여 지배를 당한 고통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웃한 유고슬라비아 등을 점령한 터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지 폴란드의 민담에서도 간혹 터키사람, 터키풍습에 관한 이야기가 섞여드는 것 같습니다.

 

피침을 당한 나라의 서러움과 언젠가는 떨치고 일어나 되갚아주겠다는 각오 같은 것을 담고 있는 민담도 적지 않습니다. ‘바다의 눈’ 이야기에서는 몽골인과 독일인이 침입하여 불을 지르고 약탈하였으며.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나무 말뚝에 꽂아 죽이거나 잡아서 노예로 끌고 갔다(97쪽)라고 적어 이민족의 끔찍한 만행을 기억하면서, ‘타트리산맥의 잠자는 기사’에서 처럼, 민족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간절함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물론 유럽국가 특유의 마녀와 마왕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있고, 특히 예수와 베드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아마도 이 땅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가지고 온 민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유고민담에서 특이한 것은 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쑥과 마늘만을 먹는 수행을 이겨내고 여자로 환생하여 환웅천왕과 결혼을 하여 단군왕검을 낳는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유고의 민담에서는 한 여자가 산에 올랐다가 곰을 만나 같이 살면서 아들을 낳은 다음 마을로 돌아왔는데, 아빠곰과 살던 아기 곰이 인간세상으로 나와 겪는 이야기인데 끝에 가서는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 것이라는 ‘똥그랑 땡’ 같은 결말을 지어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유고사람들이 싱거운 모양입니다.

 

오랫동안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라서 유고의 민담에는 터키 사람이 등장하곤 하는데, 주로 유고사람한테 당하는 처지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악마와 그 제자 편에서 보면 악마의 재주를 배운 사람이 터키인에게 말을 팔고서는 마술을 써서 돈을 빼앗는 장면 같은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터키사람들에 대항하여 싸운 산사람들에게 꼼짝 못하고 당하는 모습 같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런데도 터키사람은 허세를 부리는 식으로 그려집니다. 어느 터키 인이 물을 마시려고 길에서 벗어나 개울 쪽으로 갔다고 하이두크에게 잡혔다. 그는 길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에게 소리쳤다. ‘이리 와 봐! 내가 하이두크를 잡았거든!’, 잡았으면 이리 데려와 보라는 동료의 말에 이 터키인은 ‘이자가 가려 하지 않네’라고 대답합니다.

 

폴란드에서 구비문학이 발전하게 된 것은 18세기 들어서라고 하고, 1830년 러시아의 점령 통치에 반발하여 일어난 11월 봉기를 계기도 불이 붙은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일환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고에서는 19세기 초 부크 스테파노비치 카라짗피가 구비문학작품을 채록하기 시작하면서 민담들이 기록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동유럽 지역의 민담들은 마녀와 마귀, 요정 등 초자연적인 존재에 관한 이야기, 왕가를 둘러싼 암투와 사랑 등이 주요 소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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