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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황소연 옮김, 김인곤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책읽기도 참 묘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최근에 서양 철학사를 정리한 프랑스 현대철학자 뤽 페리(Luc Ferry)교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을 읽고 리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서양철학의 역사를 또 다른 관점에서 정리한 서양 철학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법학을 전공하고 종합상사에 근무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오가와 히토시 박사가 쓴 <곁에 두고 읽는 서양 철학사>입니다. 공공철학과 정치철학이 전공분야이지만, 시민을 위한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서양철학을 배우고 익혀야 할까?’라는 시작하는 글의 제목에서 벌서 저자의 집필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출발한 서양철학이 3천년에 걸쳐서 면면히 이어져오는 것은 보편적인 내용과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리한 저자는 서양철학은 오랜 세월에 걸쳐 앎을 추구하여 최고의 지혜를 남겼기 때문에, 우리는 서양철학자들의 지혜를 배우고 익히면서 더욱 앎을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서양 철학자 50명을 고르고, 각자의 철학을 대표하는 두 가지 개념을 소개하였습니다. 저자가 요약한 이 책의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은 그리스철학부터 중세 신학까지 다루고 있는데,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제목처럼 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지혜를 모은 시기입니다. 2장은 르네상스시대부터 근대 초기까지로, ‘나는 누구인가’,‘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풀려고 노력하던 시기입니다. 3장은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의 대립에서부터 독일의 관념론까지 격돌하던 시기로서, 인간의 이성이 철저하게 탐구되었던 철학의 최고 전성기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4장은 19세기로부터 20세기의 독일, 프랑스 철학이 중심이 되던 시기로 현상학과 실존주의 철학이 인간의 삶을 화두로 삼던 시기입니다. 5장은 현대 사상의 주요개념을 개괄하는데, ‘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규칙’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6장은 사회와 정의를 생각합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를 구현해야 하는지, 과연 정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저자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여 50명의 서양 철학자를 골랐는지는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철학자들에 더하여 인도의 아아르티아 센이 포함된 이유도 따로 설명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6개의 장에 배분된 철학자의 숫자도 차이가 있습니다. 뤽 페리교수가 서양철학을 다섯 시기로 구분하는데 있어 철학의 흐름이 커다랗게 변하는 변곡점으로 구분했다는 설명에 비하면 다소 모호한 점이 없지 않은 듯합니다.
저자는 선택된 철학자의 대표적 개념을 설명하였지만, 사실상 철학적 개념이라고 보기 어려운 주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제일 먼저 언급한 소크라테스만 해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주제를 먼저 설명하고 이어서 대화법을 적고 있습니다. 대화하는 방법은 철학적 개념이라고 하기보다는 철학적 방법론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뤽 페리교수가 신학을 철학의 범주에서 떼어낸데 반하여 저자는 신학 역시 철학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중요한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신학을 철학의 범주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뤽 페리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던 참이라서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과학철학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다루었던 칼 포퍼가 빠지고 근래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마이클 센델을 고른 것도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개별 철학자의 대표적 주제 두 가지를 5쪽 정도로 요약하고 있어 서양철학의 흐름의 가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