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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 ㅣ Art & Ideas 11
조너선 블룸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길아트 / 2003년 1월
평점 :
이슬람왕국이 지배한 지역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유적들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한 책읽기인 셈입니다. 조너설 블룸과 세일라 블레어 부부가 같이 쓴 <이슬람 미술>을 동네 도서실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서점가에서는 이미 절판된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세력이 왕성하였을 때는 아라비아 반도와 이집트 남쪽까지,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북쪽 해안을 따라 유럽의 이베리아반도까지, 동쪽으로는 인도의 중부 이남에서 중앙아시아 까지, 북쪽으로는 발칸반도를 넘어 오스트리아의 빈까지 육박하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습니다. 622년 무함마드에 의하여 창건된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왕국은 불과 10년 사이에 아라비아 전역을 정복하고 빠르게 확산되어 갔습니다. 그와 같은 동력은 정복한 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이슬람화하였던 것에서 얻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슬람 미술에는 다양한 문화가 녹아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이슬람이 영향을 미친 광대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에서 지역의 차이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공통된 특징을 찾아보려 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먼저 이슬람의 역사를 세 개의 시기로 구분하였습니다. 첫 시기는 이슬람교가 태동하여 이슬람 사회가 등장하기 시작한 900년대까지로, 이 시기에는 아라비아, 시리아, 이라크까지의 지역을 한 명의 칼리프가 지배하던 시기입니다. 두 번째 시기는 칼리프 시대가 무너진 10세기부터 뚜렷한 예술적 전통을 갖춘 지방호족들이 할거하던 시기입니다. 세 번째 시기는 강력한 힘을 지닌 황제가 등장하여 영토를 확장하고 제국을 이루던 시기로, 지중해를 둘러싼 오스만제국, 이란의 사파위 왕조, 인도의 무굴제국 등입니다.
이슬람교는 신의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회화부문에서는 괄목할만한 작품들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건축, 초기 문자, 직조술, 장식미술, 제책술 등을 중심으로 이슬람교가 영향을 미친 지역에서 발견되는 많은 작품들을 비교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에서 읽어 알고 있는 내용과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모스크에 서 있는 미나렛이 신도들에게 기도시간을 알려주기 위하여 세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실은 높이 세운 미나렛은 멀리서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모스크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베일이 이슬람여성들에게 의무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 북아프리카의 투아레그족의 경우는 남성이 베일을 쓴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점입니다. 사실 메리노 양이 스페인에서 개발에 성공한 품종인 줄 알았던 것 역시 8세기경 이슬람 땅의 동부에서 알려진 것이 스페인으로 가서 품종을 개량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슬람 미술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왕궁은 물론 이슬람 땅 각지에 흩어져 있는 소소한 주택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는 이미 무너진 것들까지도 인용하여 구조와 장식등에 대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라서 가볼 기회가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직물과 서책의 비중이 큰 것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오스만 제국에서 발달한 세밀화를 포함한 미술작품들은 별로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맺음말에서 17세기 말 이란의 카자르왕조에 전해진 유화기술이 페르시아 양식과 결합한 독특한 양식의 회화로 발전했다고 설명하면서 국왕의 초상화를 비롯한 몇 개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도 읽어서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처음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