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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ㅣ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동서양 문명이 충돌한 현장을 돌아보는 세 번째 여행지로 스페인, 터키에 이어 발칸반도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발칸반도에 대한 여행안내서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는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백승선님의 사진에 변혜정님이 글을 쓴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는 사진을 중심으로 보는 여행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략해보이는 변혜정님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크로아티아의 풍광을 함축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글로 소개해주어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한편의 시로, 때로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처럼 풀어낸 글맛이 참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둥글게 둥글게… / 지구가 둥글듯이 / 당신 눈동자가 둥글듯이… / 여기, 행복이 번지는 곳 / 크로아티아…” 정말 크로아티아에 가면 행복이 마구 번질까? 궁금해집니다.
저자들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떨어져 나온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그리고 자그레브까지 네 곳의 대표적인 명소를 소개하였습니다. 참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에 15km정도의 보스니아 땅을 지나가야 하니까 2개국을 거쳐 가는 여정이 됩니다. 물론 그 짧은 보스니아 땅은 그저 스쳐 지나는 이외에 별다른 여정은 없는 셈이지만, 그래도 이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내전의 상처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참 쉽다. 카메라 하나 들고 배낭 하나 메고 훌쩍 국경을 넘는다. 지도상의 그 가느다란 ‘선’을 넓히기 위해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려야 했을 터. 진실을 밝히고 다시 세우는 일이 지금도 끝나지 않은 곳.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땅에서 가장 슬픈 국경을 너무도 쉽게 넘는다.” 이 책에는 쪽수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군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거리에서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소개할 뿐만 아니라 사진에서 꼭 건져 올려야 할 것을 뽑아 스케치로 정리하고,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브로브니크의 거리에서 만난 마임배우(?)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안녕! 나는 올드타운에 살아. 난 이곳이 좋아. 난 이곳을 사랑해. 나의 부모와 형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나의 고향이야. 누구라도 ‘행복’을 담아가는 이곳은 두브로부니크야.” 어쩌면 내란 당시 고향을 등져야 했을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물론 가끔은 사족처럼 개인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도 하고, 사진 역시 이 사진은 왜?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설명이 없으니까요.... 그런가 하면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 중복되어 소개되기도 합니다. 너무 분석적으로 읽고 있나요? 그래도 플리트비체 공원의 환상적인 사진들은 비슷해보이는 것들이 이어진다고 해도 숨이 멎을 듯 환상적입니다. 저곳에는 꼭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설명... “호수의 빛깔이 현실적이지 않아서 눈을 몇 번이고 깜박여야 했다. 감았다 뜬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그림에서나 보았던 그 빛깔이다. 물고기와 눈맞춤하고 다시 걷는다. 깨고 싶지않은 꿈 속인 양 멈추면 깨어날 꿈 속인 양 서둘러 걷는다.” 그런데 가을, 겨울 사진을 같이 실은 것을 보면 사진을 찍은 백승선님은 크로아티아가 초행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 책에 실은 수많은 사진들에는 크로아티아에 사는 사람들, 크로아티아를 찾는 사람들이 출연한 것도 많습니다. 사실 유명한 여행지일수록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을 빼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양해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대충 상황에 따라 사진을 찍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찍은 사진을 개인적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는 경우의 문제를 늘 생각합니다. 특히 책과 같은 오프라인 매체의 경우는 조금 낫다고 할지라도,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온 세상에 퍼질 수도 있는 노릇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을 간직하려는 욕망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그 분들의 개인적인 의향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
백승선과 변혜정 지음
344쪽
2009년 5월 11일
쉼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