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처럼 여행하기
전규태 지음 / 열림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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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는 것이 단테처럼 여행하는 것인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을 열면 맨 먼저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찾아 떠나듯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긴 여행길에 나섰다.”라고 적은 글이 눈에 들어오는데 더욱 알쏭달쏭할 따름입니다. 단테의 여행이라 함은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담은 신곡을 이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천국편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났으니 베아트리체를 찾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곡>의 지옥편에서 여행을 떠나는 단테를 안내하기 위하여 등장한 베르길리우스가 “내 너의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에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단테 베르길리우스, 신곡-지옥편, 14쪽, 민음사; http://blog.joins.com/yang412/13309691)”라고 했고, <신곡>의 천국편에는 “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단테 베르길리우스, 신곡-천국편, 150쪽, 민음사; http://blog.joins.com/yang412/13324787)”라고 적은 글은 어떻게 하면 천국에 이를 수 있는가를 세상 사람에게 가르치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암시합니다.

 

결국 저자는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해준 주치의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하여 가까운 사람을 피해 스스로를 기쁘게 하도록 애써보라는 권고를 듣고서는 해외여행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지난주에 일주일이 조금 넘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만, 해외여행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기도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저자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췌장암은 지금도 완치가 어려운 질병인데 저자는 수술을 받고 종말기 치료를 받을 정도면 중증이었을 것으로 짐작됨에도 불구하고 암을 극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환자로서는 축복을 받을 일이고,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치료의 묘법을 널리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와 같은 췌장암으로 진단받았던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일화 역시 ‘병을 잊고 하던 일에 최선을 다해 골몰해보라’는 충고를 받고서는 엄청난 발명을 해서 세상의 돈을 모았지만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인용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그의 일대기를 정리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http://blog.joins.com/yang412/12443528>에서 보면 잡스가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것은 이미 부를 이룬 다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치의가 항암치료를 위하여 3S, 즉 스트레스, 섹스, 스크린(영화, TV, 인터넷 등)을 금하라고 권고했다는 것도 미심쩍은 대목입니다. 그러면서도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와 같은 책들을 뒤적이라고 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읽어내야 할 부분은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여행에 방점을 둔다면 분명 울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여행은 시야를 넓혀주고 마음의 가장 내밀한 면을 회복시켜주면서 하늘 높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우리를 쏘아 올리는 발사대다(131쪽)”라고 적고 있는 것처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여행은 죽음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과정이었고, 저자는 그 과정을 충실하게 살아냈을 뿐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저자의 췌장암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만약에 제가 불치의 병으로 진단받았다면 저자처럼 객지로 떠돌다가 객사하는 운명을 맞기보다는 우리 땅에서 주위를 물릴 수 있는 여유로운 곳을 찾아서 제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는 편을 택할 것 같습니다. 굳이 집을 나서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삶의 의미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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