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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 ㅣ 아트 라이브러리 17
로버트 어윈 지음, 황의갑 옮김 / 예경 / 2005년 8월
평점 :
스페인여행에서 만난 이슬람 유물들과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터키에서 만날 이슬람 유물에 대한 미술사적 호기심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읽은 로버트 어윈의 <이슬람 미술>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본문 앞에 넣은 지도에서는 1250년부터 1800년경까지 이슬람세계를 표시하였는데, 서쪽으로는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이베리아반도 전체를, 지브롤터해협을 건너와 모로코의 마라케시가 위치한 위도을 유지하면서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의 북쪽을 포함하고, 아라비아반도는 물론 동쪽으로는 사마르칸트 동쪽까지 인도의 북부 지역을 아우르고 있고, 북으로는 카프카스산맥에 이르고, 터키반도는 물론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 발칸반도의 북쪽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중해에서는 시칠리아 섬과 이탈리아반도의 남쪽 끝까지 영역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적으로는 이슬람제국의 흥망성쇠가 있었으니 강역의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라 로마제국도 차지해보지 못한 광대한 영역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슬람 미술을 시대적으로 구분하여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제별로 광범위한 접근 방식을 택하였고, 오늘날 이슬람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까지는 포함할 수 없어, 스페인과 모로코로부터 아프가니스탄까지 반건조기후대의 이슬람 미술을 시기적으로는 5세기로부터 17세기 후반까지로 국한하고 있다고 제한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전한 이슬람 미술이 남긴 다양한 유물들을 인용하여 그 미술사적 의미를 정리하고 있어, 시대적으로 이를 주도한 세력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이슬람예술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슬람세계의 역사적 배경을 요약하고, 이슬람 건축물을 종교 건축물과 세속적 건축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고, 시대별로 들어선 이슬람제국의 예술적 취향을 설명합니다. 궁전에 대하여도 스페인을 비롯하여 이집트, 중동지역에 들어선 제국의 왕궁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건축양식은 물론 내부 장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헌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의 벽에 새겨진 “이 가운데 있는 물동이의 물은 하나님의 기억을 믿는 신자의 영혼과 같다(61쪽)”라는 내용의 명각을 인용하였는데, 이어서 하나님을 제외하면 모든 형태가 소멸하여 세상만물이 덧없다는 것을 내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웅장한 무덤에 관한 글에서 저자는 이슬람 초기에는 수 세기에 걸쳐 화려한 무덤을 세우는 것이 용인되지 않았고, 예언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에 따르면 무덤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조차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모로코의 라바트에 있는 하산왕의 거대한 무덤을 보면서 이렇듯 거대한 무덤이 왜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성당의 예를 보면서 우리는 이슬람이 다른 문명을 파괴하지 않았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사산왕조의) 페르시아인들이나 이슬람 이전의 아랍사람들처럼 이슬람 초기에는 이전 왕조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코르도바에 있는 메키스타 역시 그리스의 신전에서 뽑아온 기둥들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고트의 교회 위에 세웠다고 했던 것을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건축물은 세밀화는 물론 직물, 그리고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품과 거기에 적힌 내용까지도 인용하여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이슬람 미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책의 말미에 붙여둔 연대표에는 역사적 사건과 예술 및 건축 그리고 문학과 과학을 시대적으로 구분하여 비교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