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소비자라면 - 야무진 소비자라면 알아야 할 시장경제 지침서
이종인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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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복잡해지다보니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에 대하여 호기심보다는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무엇이 문제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문제가 생기게 되면 문제의 내용을 알지 못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일쑤인 것입니다. 옛말에도 ‘알아야 면장을 한다’라고 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까지는 몰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파악은 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여의도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이종인교수께서 쓴 <당신이 소비자라면>을 읽게 되었습니다. ‘야무진 소비자라면 알아야 할 시장경제 지침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기도 합니다만, 소비자라는 좁은 시각에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런 문제들은 파악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당신이 소비자라면...?’이라는 질문에 가까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답으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당신의 권리를 주장하십시요’라는 적극적 입장표명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자는 소비자라는 개념과 권리에 관한 담론을 풀어내고, 이어서 건강한 경제, 안락한 주거, 안전한 국가, 공정한 사회, 그리고 소비자를 위한 행복한 정책 등 총 여섯 가지의 주제에 관하여 소비자의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설명하였습니다. 각장의 말미에 붙인 공감문답은 해당 주제에 관하여 책을 읽는 사람들의 소비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문답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소비자라고 하면 우리가 살면서 쓰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의 소비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소비의 의미는 더 넓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것처럼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의 궁극적인 소비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건강한 경제에서 논하고 있는 기름값이나 일반약의 수퍼판매, 혹은 안락한 주거에서 논하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주택정책과 치솟는 전세수수료 등과 같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소비자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국가, 공정한 사회, 행복한 정책 등의 문제는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국내외의 사례들을 참고로 하여 설명하는 것을 읽다보면 왜 이런 부문에서도 우리가 소비자인지를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직 인사에 관한 문제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도 중요한 자리를 맡아할 수도 있는 투명한 인사정책이 펼쳐지려면 소비자인 국민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마나, 일반약 수퍼판매에 관하여 설명하면서 이를 의사와 약사의 집단이기주의가 깔려 있다는 양비론적 입장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고 하겠습니다. 일반약의 수퍼판매를 약계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히 자신들의 영역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의료계가 찬성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점입니다. 즉 경증의 환자가 수퍼에서 일반약을 사먹고 치료가 가능하다면 의사를 방문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진찰료와 처방료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국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점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듯합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소비자는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와 비교하면 늘 약자로 인식되어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가 약자의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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