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는 엄마만이 꿈꾸는 아이를 키운다
김미영 지음 / 알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뭐하지만 제 나이쯤 되면 자기계발서 읽기보다는 자기계발서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직은 빠른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꿈을 찾는 엄마만이 꿈꾸는 아이를 키운다>는 현직 경찰인 저자가 직장과 가정 모두를 지키면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꿀 수 있었다는 성공담을 통하여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를 읽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치원선생께서는 양 손에 붓을 들고 처음과 끝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가운데서 마무리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같습니다. 우리말로 다중작업이라고 하는 멀티태스킹도 이 수준에 이르면 경이에 가깝다 하겠습니다만, 최치원선생과 같은 초능력자가 아닌 범인(凡人)이 다중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어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중작업의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누구나 다중작업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서 범인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범인들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욕심을 내지 않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중작업의 초능력자라는 분들을 보면 결국은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초능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주변에 계신 분들 역시 초능력을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동기가 강한 분에게 양보하는 바람에 자신이 초능력자가 될 기회를 잃고 마는 것은 아닐까요? 초능력을 발휘하는 아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을 보면 저자의 부군께서는 참 좋은 남편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다스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분 역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내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하여 자신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닐까요?

 

저자 역시 다중작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가진 여성들의 고민을 이렇게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모두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 둘째,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두 가지를 선택하라. 셋째, 선택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라.(137-138쪽)’ 이런 입장을 보면 전체의 맥락에서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보면 나름대로의 독특한 무엇을 하나 정도는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놓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다중작업의 달인들이 쓴 자기계발서의 핵심을 인용하고 자신의 견해를 붙여두고 있는데, 특히 자기계발서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책읽기의 성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저자의 독서성향을 내비친 대목이 나옵니다. “도서관에 들어가 출간된 지 20년도 넘은 소설책들이 꽂혀있는 코너로 접어들면, 고서만이 가진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 나는 그 향기가 좋아 늘 그곳을 지나쳤다. 내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 건 자기계발서와 에세이가 가득한 코너였다.(199쪽)” 편식적 책읽기를 하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저는 오래된 책의 묵은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전읽기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전은 자기계발서보다는 정신적 자양분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여성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찰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여경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자의 기획의도대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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