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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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스페인 여행길에 돈키호테의 무대가 되었다는 콘수에그라 마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돈키호테를 미리 읽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공사에서 나온 <돈키호테 1;  http://blog.joins.com/yang412/13513137>을 선택해서 읽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열린책들에서는 <돈키호테 1&2>를 모두 내놓았던 반면 시공사에서는 <돈키호테 2>를 내지 못하고, 금년 5월에서야 내놓았던 것입니다. 일단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돈키호테 1&2>를 같이 읽었어야 했습니다. 시공사의 <돈키호테>는 박철교수가 번역을 맡았고, 열린책들의 <돈키호테>는 안영옥교수가 맡았습니다. 두 책 모두 읽는 호흡이 좋은 번역입니다. 두 번역자 모두 <돈키호테>의 번역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속담이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속담은 사람들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탓에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이해하지 않으면 엉뚱하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전편에 나오는 돈키호테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보면 맛이 살짝 간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편력기사소설이 세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편력기사가 과거에 존재했는지 분명치 않고, 다만 당시에는 편력기사가 실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력시사가 등장하는 소설에 빠지다 못해 스스로 편력기사가 되어보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분명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무협소설이 인기몰이를 시작하였습니다. 하늘을 날고 칼과 창을 가지고 대결을 펼치고, 표창을 던지는 등 어린 생각에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두워진 뜰에서 목검을 들어 휘두르던 기억이 있습니다. 옆집에서 건너보았다면 달밤에 체조를 한다고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목검을 들고 강호로 나서지는 못했던 것은 사부를 만나지 못했거나 비급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칼을 들고 나서서 싸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돈키호테는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악인들을 물리쳐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숭고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전편에서 돈키호테는 두 차례에 걸쳐 집을 떠나지만, 돌아올 때는 모두 볼썽 사나운 모습입니다. 첫 번째 출정에서는 멋진 성이라고 착각하는 객줏집에서 미친 사람을 놀리듯 하는 주인으로부터 기사로 서품을 받고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기 위하여 일단 집으로 돌아오는데, 도중에 만난 톨레도의 상인들로부터 비아냥과 매질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마을 사람의 눈에 띄어 집까지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르반테스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두 번째 출정이라고 보았습니다. <돈키호테> 하면 객줏집을 성으로, 객줏집 주인을 성주로 제멋대로 이해하거나, 돌아가는 풍차를 괴물이라고 하면서 처단하겠다고 뛰어드는 무모한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두 번째 출정에서는 돈키호테가 주인공이 아니라 돈키호테가 만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또 다른 이야기, 즉 삽입소설에 추임새를 넣는 조역으로 한발 비껴있는 모습입니다. 가끔씩은 황당 사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이미 삽입소설에 빠져든 독자에게 돈키호테의 황당한 모습은 그리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짤막하게 구성되어 구미를 당기게 하던 삽입소설은 후반부에는 복수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대하소설을 만드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하소설 규모의 삽입소설이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되면서 우리의 주인공 돈키호테에 관한 이야기도 마무리를 짓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돈키호테를 걱정하는 고향사람들에 의하여 우리에 갇힌 채 소달구지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돈키호테>는 출간 후 3만여 권이 팔려나가는 유명세를 탔는데도 속편을 바로 내놓지 않은 이유가 분명치 않습니다. 원작만한 속편은 없다는 진리가 그때도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잘 나가면 속편을 생각하는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다를 게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떻든 돈키호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400년 넘게 쟁점이 되어 왔을 것입니다. 앞선 리뷰에서도 지적을 했습니다만, 술, 약물, 도박, 게임 등 다양한 것들에 빠져드는 것을 중독이라고 싸잡아 말하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돈키호테 역시 편력소설이라는 분야에 빠져든 중독자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돈키호테를 이상주의자로 포장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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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5-08-0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 나간 괴짜`는 형식이자 겉모습 혹은 배경일 뿐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2편까지 마저 다 읽으신 후에도 이런 견해를 계속 견지하신다면 `돈키호테에 대한 지독한 오해`일 수도 있다고까지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혹시라도 2편을 아직 안 읽으셨다면 마저 다 읽으신 후에 이 글과는 사뭇 다른 생각을 피력하시길 기대해 봅니다.(저로서는 2편이 아예 나오지 않았거나, 전혀 읽지 않은 독자라도 돈키호테를 정신나간 괴짜, 혹은 광인으로 단정하는 견해에는 결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꿈과 이상을 향해 끝없이 전진하려는 돈키호테가, 그의 앞에 놓인 온갖 난관들은 `눈꼽만큼도 안중에 두지 않고` 자신이 마음에 둔 목표를 향해 곧장 돌진하는 용감무쌍한 인물이 곧 돈키호테이고, 작가는 바로 그런 인물을 끝없는 모험과 웃음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봅니다. 그런 주인공을 두고 `정신 나간 괴짜`로 못박는 건 너무나 아쉬운 해석이자, 소설가가 주인공에게 불가피하게 입힌 겉모습인 갑옷과 투구에 너무 시선이 빼앗긴, 쉽게 말씀드리자면 `겉으로 드러난 형식`에 너무 치우친 해석이라 여겨집니다.

처음처럼 2015-08-05 20:56   좋아요 0 | URL
2편에서 돈키호테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