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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담 전집 07 - 터키 편 ㅣ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7
이난아 엮음 / 황금가지 / 2003년 9월
평점 :
요즈음 국내 사정이 불안하다고 해서 망설이고는 있습니다만, 봄에 예정했다 미룬 터키여행을 올 가을에는 꼭 가보려고 합니다. 터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다 발견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민담은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다보면 터키 사람들의 진면목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이야기합니다. 모습이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터키 사람이 우리와 피를 나누었다고 하는 인식의 배경에는 터키 사람들의 조상인 셀주크 튀르크족은 우리의 역사에서도 등장하는 돌궐족의 후예라서 우리의 조상과 뿌리가 닿고 있어서인가 봅니다.
출판사의 기획의도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민담이란 한 민족이 수천 년 삶의 지혜를 온축하며 가꾸어온 이야기로, 그 민족 특유의 자연관, 인생관, 우주관, 사회의식이 속속들이 배여 있다고 하겠습니다. <세계민담전집-터키편>에는 모두 22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세편인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왕실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어쩌면 터키 사람들은 왕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니라고 부르는 요정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꽤 있습니다. 호리병 속에 살면서 주인이 부르면 펑 하고 나타나 주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대체로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만나 본 그런 존재인데, 어쩌면 터키 사람들에게 전해진 아랍문명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미에 붙인 터키 민족의 배경과 터키 민담의 특징을 보면, 중앙아시아지역에서 중동지역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온 튀르크 족은 유목생활을 통하여 축젂된 경험이 민담에 녹아 있는데, 신화적 존재나, 초자연성, 전설 등의 역사성이나 사실성과는 거리가 있는 흥미 위주의 이야깃거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허구적이고, 환상적 요소를 담아 흥미를 유발하고, 삶의 지혜와 도덕적 교훈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편역자가 뽑아 담은 이야기들은 정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하고, 지혜와 용기를 숭상하는 터키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것들로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쉽게 읽히는 이야기들 가운데 역시 요정이 등장하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아랍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남았던 부분입니다. ‘내 운명을 찾습니다’편에서 요정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한밤중이었다. 잠을 청하던 아자르가 갑자기 칼을 빼 들었다. 아랍 인 거인들의 나타나 말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불태울까요, 무너뜨릴까요?’ ‘아니다. 불태우지도 말고 무너뜨리지도 마라. 시장의 궁전 앞에 그 궁전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궁전을 만들어라. 아침이 되기 전에 다 만들어 놓아라!’ 아랍인 거인들은 사라지더니 몇 시간 만에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23쪽)” 어쩌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역시 “에이~~~! 말도 안돼!”하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이야기는 이야기로 이해하였던 것 같습니다.
몇 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켈올란이라는 인물도 흥미롭습니다. 터키인의 지혜를 대표하는 인물로 민담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고 합니다. 가난한 부부 혹은 홀어머니의 아들로 등장하는데, 키도 작고 나이도 어린데다가 대머리라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대표적인 루저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인물이 기상천외한 꾀를 내서 적을 쳐부수고 부자가 되는데, 왕이라고 해도 켈올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하니, 일반 백성들의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존재였을 것 같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요정에게 장가든 남자’에서 처럼 요정과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현대에서도 많이 변주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지니라는 요정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 민담에도 등장하는 우렁각시가 터키민담에서는 요정에 해당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읽히고, 권선징악이라는 도덕적 관념을 주제로 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