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수업 -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질문
박웅현 외 지음, 마이크임팩트 기획 / 알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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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생각수업>을 읽었습니다. 마이크임팩트가 매년 여는 ‘Grand Master Class’의 2015년 주제 ‘생각수업’에 초대된 진중권교수를 비롯한 아홉 명의 연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다듬어 내놓은 책이라고 합니다. 흔히 방황하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엇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해왔던 것 같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이들이 갈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콕 짚어낸 무엇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세상을 살아본 사람의 눈으로 보면 별 내용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각수업>은 지금 바로 돈이 되지는 않아도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순수한 ‘앎’과,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비하고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고민의 자리’라는 두 가지 화두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을 겨냥한 기획물이었다고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가를 드높이고 있어 이름만 들어도 아! 하는 아홉 분들―박웅현, 진중권, 고미숙, 장대익, 장하성, 데니스 홍, 조한혜정, 이명현, 안병옥님이 초대되었다고 합니다. 아홉 분의 연자들이 받은 명제는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신의 인생에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을 만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 스스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른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그간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청중들에게 던지도록 요청받았다는 것입니다.

 

광고를 하시는 박웅현님의 질문은 ‘왜는 왜 필요한가’인데 역시 광고를 하시는 분답게 심오한 질문을 준비하였지만, 내용을 보면 다양한 분들의 말씀을 끌어와 엮어내고 있는데 불과하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시한 ‘동의할 수 없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자’라는 조언에 앞서 그 동의라는 것이 남이 보기에도 타당해야 할 것이라는 전제를 빼놓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본업인 미학에 관해서보다는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일반화되는 진중권님의 질문은 ‘우리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인데 중요한 것은 가치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필요할 듯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편향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님은 최근 번역한 <열하일기> 등을 통하여 우리 고전에 대한 사랑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동양의 의역학의 핵심이론이라고 하는 음양오행설이 입증되지 않은 이론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현대의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한 전통의학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내용은 과학철학을 전공하신 장대익님의 ‘과학은 가치에 침묵하는가’라는 제목의 말씀입니다. ‘인간에 대한 앎은 인문학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 앎을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본다면 이에 대해 가장 새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과학입니다. 이런 점에서 과학은 21세기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요약된 내용은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왜 인문학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꼭 읽어본 책의 제목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질문을 준비한 로봇공학자 데니스홍님의 말씀도 마음에 와 닿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인데, 창의력으로 연결시킬 거리를 많이 가지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여행하고, 호기심을 키워야 하며, 다르게 보고,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는 어려운 주문을 하셨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주문이 많고 복잡하면 싫어하는데 어떨까 모르겠습니다.

 

아홉 분의 강연에 무려 4천명이 넘는 청중들이 몰려 열광했다고 합니다. 좋은 말씀을 듣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말씀도 자신만의 틀에 걸러서 들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저 한때의 유행에 휩쓸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생각수업

박웅현 등 지음

316쪽

2015년 6월 25일

알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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