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펜 공부법
아이카와 히데키 지음, 이연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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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만족도 순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학원 고객 만족도까지도 측정하는 모양입니다. 일본 오리콘 차트 ‘학원 고객 만족도’ 부분에서 6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입시학원, 와세다 학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파란펜 공부법’은 비밀이라기보다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학습법이라고 합니다. 파란펜 공부법은 입시를 넘어 직장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와세다 학원의 창립자 아이카와 히데키가 <파란펜 공부법>에서 그 비밀을 설명했대서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오직 파란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이 비밀의 핵심인 파란펜 공부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았다고 합니다. 실험내용은 검정, 파랑, 빨강 세 가지 색으로 각각 알파벳 20자를 써서 1분 안에 얼마나 많이 외울 수 있는가를 보았는데, 70퍼센트의 피실험자가 파란펜을 사용했을 때 가장 많이 외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실험의 문제는 이미 파란펜을 사용하고 있는 와세다학원의 학습법이 세상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에게는 이미 파란펜의 우수성이 각인되어 심리적으로 강화된 상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실제로 저자는 파란펜 암기법을 응용하여 적, 녹, 청 삼색 펜을 구분하여 쓰는 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고백하는 것처럼 파란펜 학습법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단순했다고 합니다. ‘파란색은 안정감을 준다. 마음이 안정되면 집중력도 향상될 것이다. 그러니 이색으로 써보면 어떨까?(52쪽)’하는데 생각이 미쳤고, 학원생들에게 권했던 것으로, 당시만 해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파란펜으로 공부하여 입시에서 성공하였다는 학생들이 나오면서 입소문을 타고 확산된 것이라고 하니, 일종의 마술과 같은 심리효과를 사용한 셈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60년대에도 이미 눈으로 보면서, 손으로는 적고 동시에 소리 내어 읽으라는 학습법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연필을 사용하거나 파란 잉크를 사용하였고, 종이는 시험지를 사용했는데, 누군가와 비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효과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오래 전부터 학원가에 알려져 있던 학습법을 다만 ‘파란펜으로’ 바꾸어 본 다음에 입시에 성공한 학생들의 성공담을 입혀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을 받아 적을 것으로 주문합니다. 하지만 요사이 저는 강의하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듣는데 집중하고 따로 받아 적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받아 적는 데 몰두하다보면 강의한 사람이 말한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파란펜 공부법’이라는 표지를 보면서 마음 속으로는 ‘빨간펜 공부법’은 안될까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빨간펜으로 첨삭지도를 한다는 학습지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저자는 빨간펜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합니다. 파란색은 대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하는데, 세로토닌은 인간에게 행복감과 안정감을 주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반면 빨간색은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이는 흥분작용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조된 기분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빨간펜으로만 적혀 있는 내용을 읽게 되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파란펜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만, 결국 공부의 핵심은 공부에 쏟는 시간의 양과, 공부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입시와 같은 경쟁이 필연적인 상황에서 모든 이들이 파란펜을 사용하게 된다면 파란펜의 신화는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정말 빨간펜의 신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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