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이방인
김성희 글.사진 / 북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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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두 번 쓰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지난 주에 썼지만 포스팅을 하기 전에 USB가 깨지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와 리뷰를 쓰고는 반납을 했기 때문에 다시 빌리러 도서관에 가기도 불편한 무엇이 있습니다. USB에 담겨 있는 스페인 여행기 가운데 일부도 깨진 상황이라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복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복구가 된다면 사라진 리뷰를 다시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지난해 스치듯 다녀온 모로코와 모로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뽑아든 책이었습니다. 물론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말씀을 미리 드려야 하겠습니다. 우선 저자께서 하시는 일을 꼭 주얼리 디자이너라고 하셔야 되는 지입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우리말이 생소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하더라도 보석디자이너라고 하면 품위가 떨어지나요? 모로코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였는데, 적지 않은 분량이 자신의 본업인 보석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모로코에 관한 이야기, 특히 카사블랑카에서 있었던 이야기 역시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모로코의 보석상인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인지 모로코에서의 일상이 겁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수년 동안 모로코에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익숙함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모로코를 처음 여행하면서 저자와 같은 행동을 하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특히 페스에 도착해서는 현지에서 가이드를 섭외하는 것도 무모해보일뿐더러 그렇게 결정한 가이드와 함께 메디나의 미로 관광에 나설 수 있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가이드가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눈치를 보이자 가이드를 마치도록 하고, 이번에는 가이드 없이 메디나의 미로에 뛰어드는 용감함, 아니 무모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페스, 그리고 에사위라에 관한 내용에서 모로코를 여행할 계획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마라케시와 에사위라는 제가 가보지 않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카사블랑카와 페스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마라케시에서던가 마차를 타고 관광을 했다고 설명하는 중에 마차관광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걸어 다니기에는 도시가 너무 크고 택시를 타면 천천히 구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173쪽)’ 느림의 미학이죠? 그런 점에서는 통하는데가 있기는 한데, 마라케시에서 마차를 타고서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페인의 론다에서 그리고 세비야에서 마차를 타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만, 단체관광 중이었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라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처럼 비엔날 혹은 뉴욕에서 마차를 타는 일은 선뜻 당기지 않아서 저는 포기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어떻든 보석디자이너라는 영역과 모로코에서의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러다 보니 어느 하나도 내실을 기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역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 듯합니다. 한 마리에 집중해서 확실하게 잡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옳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로코에서 자신이 어떻게 지냈다는 이야기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로코에 가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소개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곁들여진 사진에 대하여 좋은 평을 적어주신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설명없는 사진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병리학에서는 사진을 많이 사용합니다만, 사진은 찍은 사람이 제일 잘알고, 남이 찍은 사진을 설명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답니다. 즉 찍은 사람이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 설명을 해주는 친절함이 아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여행기가 무수한 사진들을 설명 없이 늘어놓는 경향이 있지만 누구도 말씀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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