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 동서문화사 월드북 5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김희보.강경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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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었습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책들은 아예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새롭게 선보이는 책들도 엄청난 상황에서 본다면 책읽기 역시 연이 닿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우구스티누스는 중세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이자, 문학자, 신학자로서 성인으로 추대되었고, <고백록>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하겠습니다. <고백록>은 그가 46살이 되었을 무렵 완성한 13권으로 구성된 자전적 작품으로, 성격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유소년 시절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외적인 행적은 물론 내적인 마음의 궤적까지 담고 있는 전반부에서는 방탕한 생활과 생각까지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오랜 방황 끝에 하나님께 귀의하게 된 과정으로부터 그때까지의 방탕한 생활을 뉘우치며 명상에 이르게 되는 과정, 치열한 명상으로 얻은 신학적인 결과물은 물론 천지창조와 창세기, 그리고 삼위일체에 대한 주해를 담았습니다.

 

<고백록>을 읽게 된 것은 종교적 이유라기보다는 제10권 뉘우침 뒤의 명상편에 담긴 기억에 관한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제10권의 제8장으로부터 13개의 장을 기억에 관하여 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육체의 유혹을 비롯하여 후각, 청각, 시각 등 감각의 유혹에 대한 태도를 정리하고 있어 미각에 의하여 기억이 일깨워졌다는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우선 “먼저 하느님을 부르며 찬양하고서, 이 세상에 태어나 열다섯 살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일을 돌이켜 생각한다. 유년시절과 소년시절에 지은 죄를 고백하며, 그 무렵 놀이에 빠져 학문을 게을리했음을 고백한다.(21쪽)”라고 서두를 떼고 있습니다.

 

<고백록>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아들이 방탕한 생활과 심지어는 이교에 빠져들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일구월심으로 하느님에 귀의하기를 기도해온 어머니 마리아의 정성입니다. “그때 주님의 충실한 하인이었던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우셨나이다. 세상의 어머니들이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 앞에서 우는 것보다 더 심하게 주님을 향해 울었사옵니다.(77쪽)” 다행이었던 것은 결국 아들이 하느님의 품에 드는 것을 확인하고 숨을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감겨드렸습니다. 그러자 커다란 슬픔이 내 가슴속에서 용솟음쳐 올라왔습니다. 마침내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곧 내 눈은 마음의 강력한 명령을 받아 넘쳐흐르는 눈물을 다시 흡수해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눈을 메마르게 하였습니다.(239쪽)” 어머니의 장례를 통곡과 탄식으로 치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대개 죽은 사람의 불행을 슬퍼하는 것이 상례이겠지만 어머니는 죽었어도 불행이 아니며 완전한 소멸의 고통을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슬픔을 참아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억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기억에 관한 많은 연구가 축적되고 있는 현대의 시점에도 보더라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학문에 의한 기억은 감각을 통하여 직접 경험한 것들을 기억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바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기억 속에는 감각으로 터득할 수 없는 지식이 있다고 한 부분은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망각 또한 기억 속에 있다고 한 점 역시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지 않다면 잃은 것을 찾을 수는 없다’라고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지창조에 관한 창세기를 해석하는 것은 관념론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 현대에 들어 축적된 과학적 자료를 접했더라면 그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떻든 신학적인 해석 부분에 관하여는 저의 앎이 많지 않아 별도로 논하지 않으려 합니다.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아무도 내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물을 때 설명하려 하면, 나는 알지 못합니다(317쪽)“라고 적은 부분을 보면 솔직한 점에 놀라면서도 과연 그와 같은 설명으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될까 싶습니다. 기억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할 기회가 될 때 다시 읽어 저자의 심오한 뜻을 새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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