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남미다녀오기가 버킷 리스트의 윗줄에 올라 있기 때문인지 남미에 관련된 책에 눈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정은선님의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눈길을 끌어 빌려온 책입니다. 스르륵 넘겨보는 책장 사이로 무수한 사진들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기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 장면부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여행에세이를 빙자한 소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서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에는 OK김(이 사람 정체가 분명치 않습니다. 음식점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 같은데 투자자이거나, 인테리어 전문가 같기도 합니다)와 원포토(이 사람은 전문사진작가입니다.)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교차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합니다. 무대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바뀌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갑자기 정체불명의 여자가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OK김이 뒤쫓는 여자로 착각하였습니다만, 제3의 등장인물입니다. 원포토는 페루를 거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지만 결국은 게스트하우스OJ로 모이게 되고, 이곳에서 제4의 인물과 이야기의 중심에는 OJ, 즉 옥자여사가 있습니다.

 

네 사람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에 모여드는 여행자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온 곳도 다르지만 아마 갈 곳도 다른 게스트하우스의 사람들처럼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움직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은 모든 게스트를 상대하는 것처럼 이야기 중심에 있는 옥자여사가 등장인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영상소설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안고 있는 문제, 즉 무언가를 찾기 위하여 혹은 무언가를 버리기 위하여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하여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의 사연을 따라가면서 아르헨티나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이야기의 분위기에 꼭 맞는 사진을 배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께서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찍어온 사진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구성하였거나 아니면 미리 구성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사진을 찍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여행에세이이기도 합니다. 여행에 관한 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은 교차되는 이야기의 머리에 다양한 나라의 입국도장을 새겨둔 점입니다. 전분 새겨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몇 가지의 입국도장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마다 고유한 것을 정했더라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떻든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교차되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씩은 두 사람씩 동행하기도 합니다만, 중심이 되는 등장인물에 따라 찍어주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여행에세이로의 성격대로 아르헨티나의 특징들이 간결하게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여긴 부에노스아이레스야. 부지런하게 놀아야 해! 아니면 부지런히 쉬든가1(88쪽)”, “여긴, 게으른자들의 천국이야. 게으른 자들이 노는 걸 좋아하잖아.(90쪽)”, “아르헨티나 쇠고기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 소들이 행복하기 때문에 맛있는 겁니다. 넓은 들판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니까요. 따듯한 햇볕을 받으면서 자연의 풀을 뜯습니다. 사료나 성장호르몬은 아르헨티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요.(96쪽)”, 아참 그리고 소설 속의 이야기는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12월 23일부터 시작해서 12월 31일에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숱한 사연들이 과연 이토록 짧은 기간에 소화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다양한 모습도 좋지만, 역시 이과수폭포의 웅장한 모습과 세상의 끝 칼리파테의 쓸쓸해 보이는 빙하의 모습은 정말 압권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과 관련된 군상들로 OK김과 로사, 원포토와 배우 최지은, 나작가와 PD, 박벤처와 운동권출신 와이프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옥자여사와 그녀의 남편은 독특한 컨셉인 듯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녀와서 읽으면 재미가 더할 것이 분명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히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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