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 세계도시여행
이나미 글 사진 / 안그라픽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조만간 터키에 가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스페인을 다녀오고서 여행은 준비된 만큼 즐길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하였기에 터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여행지의 역사, 예술, 사회적 배경 등을 우선적으로 챙겨보고 있습니다. 여행관련 서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통하여 느낀 바를 적은 책들은 개인의 성향에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역시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터키에서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숙소 찬가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조금은 의외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에게는 크게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숙소가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가 되는가 하는 문제는 여행자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다른 곳과는 다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터키의 전통에 관한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히잡을 쓴 여성들을 바라보면서 ‘히잡 속에 갇힌 여성의 삶에 대해, 여성에 대해 설정되어 있는 불공평한 종교적 규율에 대하 깊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26쪽)’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뒤에 가서는 무슬림 여성의 삶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부분도 ‘히잡은 남성우월주의적 발상의 종교적 억압이다-와 같은 우리들의 생각이 무슬림 여성들에게도 모두 공감을 얻으리라는 가정은 경솔하였다.(262쪽)’라는 고백 역시 일방적은 추론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일단 그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들의 삶에 들어가지 않고서 피상적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잠시 스쳐 지나는 인상으로 그들을 재단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야 소피아성당이나 지하궁전, 메블레비 템플에서의 세마의식 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저자의 뛰어난 감성과 표현력을 엿볼 수 있고,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담소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일상을 마치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듯 적어놓고 있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나중에서야 미루어 짐작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집 딸은 작년에 시집 가더니 벌써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네, 걸음마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집 손주가 벌써 유치원에 가게 되었구나, 공부 잘하던 옆집 아들이 박사학위를 받았단다, 노환으로 누워계신 뒷집 어르신 병세는 원만하신가.... 와 같은 인사말들이 평화롭게 오고가는 장면은 꼭 언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244쪽)”
따님과 함께 간 터키 여행에서 클럽까지 순례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 클럽에서 터키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연주되고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하는 모습이 우리네와 다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한 가지 더, 터키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을 곳곳에 영어로 늘어놓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라는 생각이셨겠지만, 꼭 그래야 했을까요? “어느새 12시가 넘고 클럽 안의 열기는 점점 고조되어 간다. Hassan is coming.(214쪽)”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현지인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무탈하게 여행을 즐기셨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정보에 따라서 클럽을 찾아나선 젊은 여성들이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불편한 느낌만 늘어놓은 셈이 되어 훌륭한 여행을 마치고 좋은 정보를 담아주신 저자에게 누가 되는 점이 큰 것 같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책의 편집이 불편한 점도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쪽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헌책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색깔과 디자인을 처리하고 있어 산뜻한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면을 모두 차지하거나 심지어는 두면에 걸쳐 사진을 처리하고 있는 것도 공연히 쪽수를 늘리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한 느낌이 남습니다.